#1 평소 맛집 탐방을 즐기던 A씨.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자 스마트폰이 울린다. 신용카드 챗봇(상담 로봇)이 그 지역 맛집을 추천한다. 외부인이 자주 찾는 맛집과 현지인이 즐기는 맛집을 소개한다. 또 A씨가 평소 즐기는 음식업종과 함께 A씨와 같은 연령대 소비자가 자주 이용하는 업종도 알려준다.
#2 회사 인근에서 동료와 회식 중인 B씨에게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어느 지역에서 B씨 카드정보로 온라인결제 승인요청이 떨어졌는데 본인이 결제한 게 맞냐는 내용이다. B씨는 해당 카드사 소비자센터에 연락해 분실카드라고 신고했다.
이는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국내 신용카드사가 최근 내놓은 서비스다.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디지털경영에 열을 올리는 카드사가 인공지능(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소비상담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면 신용평가모델(CSS),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를 위해 AI기술을 적용한다. AI 활용의 폭을 넓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AI 활용 ‘내 손안의 카드비서’
AI를 활용하는 카드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올 초 조직개편에서 AI전담부서인 AI랩을 신설할 만큼 AI기술 적용에 적극적이다. 2200만 회원의 소비패턴을 빅데이터로 활용 중인 신한카드는 지난 3월 AI 기반 카드지출 가상비서서비스 ‘판(FAN)페이봇’을 선보였다.
판페이봇은 방대한 소비정보와 AI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고객 지출내역은 물론 소비항목까지 분류해 적합한 소비를 제시한다. ‘데이트’ 항목을 설정하면 과거 카드내역을 자동분석한 후 영화관,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등 적합한 장소를 소개한다. 항목별 예산을 설정하면 카드사용 내역을 체크해 예산대비 지출정도와 상세 지출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고객의 생활반경 내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 5대 업종을, 타 지역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해당 지역 맛집을 성별·연령대별로 추천하기도 한다. 신한카드는 앞으로 서비스 제공업종을 확대하고 AI 활용 폭도 더 넓힐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판페이봇을 시작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 인공지능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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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이 같은 신한카드의 가상비서서비스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판페이봇은 고객이 소비상담을 요청하기 전 고객맞춤형 금융조언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한 데 의미가 있다”며 “공급자(카드사) 중심의 금융서비스에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한발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거래 탐지기술’ 높인다
카드사가 AI를 적용하는 또 다른 분야가 FDS다. FDS는 과거 카드 사용패턴을 분석해 부정거래 혹은 의심되는 결제를 탐지하고 결제 승인 전 고객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불과 몇시간 전 평상시 거래하던 장소에서 결제승인이 났는데 갑자기 생뚱맞은 장소에서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으로 결제승인 요청이 들어오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관련 사실을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고객에게 안내하는 식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모든 카드사가 운용 중이지만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카드복제 피해 건수와 그 금액이 좀처럼 줄지 않아서다. 이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해킹 등 불법기술이 함께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카드사는 FDS 고도화를 위해 AI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피해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AI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을 적용한 FDS 개발에 착수했다. 딥러닝은 ‘알파고’처럼 기계가 학습하는 것으로 AI의 핵심기술이다. 딥러닝을 적용하면 기계가 소비자의 카드사용패턴을 분석해 카드의 정상·이상거래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각종 부정거래를 탐지할 수 있다. 아울러 카드발급,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할부금융, 선불카드, 가맹점 등 모니터링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또 오프라인채널은 물론 홈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채널에서도 이상거래를 탐지하도록 e-FDS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의 빅데이터 분석역량이 계속 발달하는 추세인데 빅데이터 기술과 AI기술을 접목하면 FDS가 한층 고도화될 것”이라며 “카드 관련 각종 범죄에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해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카드업계 공통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B국민카드는 오는 3분기 중 AI를 적용한 FDS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제한도·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롯데카드는 카드 결제한도 책정 모형에 AI기술을 도입한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하반기 중 서비스할 계획이다. 딥러닝 방식으로 회원의 카드사용패턴을 분석하고 기계학습을 활용, 최적의 신용카드 한도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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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기존에는 고객의 전년도 이용실적, 신용도 변화추이 등 한도모형을 기계적으로만 운영했다. 따라서 결제능력이 있는 고객도 기계적 한도로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롯데카드의 설명이다. 딥러닝 방식을 이용하면 다른 카드 이용실적 등 고객의 여러 정보를 조합하고 AI가 고객의 결제능력을 실시간으로 학습한다. 이용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올 초 CSS에 AI기술을 적용했다. 고객의 카드포인트 적립이나 소비패턴 등의 비정형데이터를 발굴하고 대출심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는 대출심사 시 신용도 판단이 어려운 중신용자나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에게 보다 합리적인 대출실행을 위해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비씨카드는 가맹점주에 배포하는 기존 상권분석 보고서에 AI기술을 도입했다. 데이터 인사이트, 그래프·차트 삽입 등의 작업을 AI가 수행하게 해 제작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사가 AI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보다 어느 정도로 고도화된 AI를 활용했느냐가 중요하다.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위한 AI 기술력은 앞으로 카드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관련 기술이 영업이익 등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