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방직공장이 들어선 곳으로 한때 철강산업의 메카로 통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로 철강업체들이 빠져나가 소수의 철강공장만 남게 됐다. 그러던 중 작업공간 마련을 위해 저렴한 부지를 찾던 예술인들이 문래동에 둥지를 틀었다. 이때부터 칙칙했던 문래동 골목이 다시 태어났다. 예술가의 손을 거쳐 근사한 곳, 사진 찍으러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한 것. 아름다운 벽화, 볼트와 너트로 꾸며진 철제지도 등을 찾아다니는 묘미가 쏠쏠하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80년대의 철공소와 자유로운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거리, 문래 예술촌 골목 맛집들을 찾아가 보자.


호시엔.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호시엔.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호시엔

이자카야 좀 다녔던 이들이라면 동부이촌동의 오래된 요리주점 ‘이꼬이’를 알 것이다. 이 가게가 최근 영업을 종료하며 많은 단골고객이 아쉬워했다. 천만다행으로 정지원 이꼬이 셰프 아래에서 오랜 시간 요리를 연마한 김상욱 셰프가 재패니즈다이닝 ‘호시엔’을 문래동에 열었다.
호시엔은 일식을 표방하지만 최대한 대중적으로 메뉴를 구성해 일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내부는 나무와 같은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 모던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실내는 요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두번 이상 방문한 손님들에게 반응이 가장 좋은 메뉴는 ‘왕갈비데미그라스니꼬미’다. 니꼬미란 야채와 고기를 넣고 푹 찐 것으로 우리나라의 ‘찜’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직접 매장에서 만드는 데미그라스소스를 뿌리고 갈비를 푹 쪄서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호시엔.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호시엔.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여성 고객에겐 ‘온센타마고명란크림뇨끼’를 추천한다. ‘뇨끼’란 이탈리아식 수제비인데 손가락 한마디 만한 크기로 만들어 한입에 먹기 좋다. 크림소스로 버무린 뇨끼 위에 반숙달걀인 수란, 명란을 보기 좋게 올렸다. 풍성하게 갈아 올린 치즈가 음식의 맛을 한층 부드럽게 해준다.
여럿이 방문한다면 ‘사시미모리아와세(모둠)’를 권하고 싶다. 제철 해산물 7~9종을 썰어주는데 생선의 종류는 그때그때 선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에는 자연산 광어, 연어, 청어, 참치등살(아까미), 학꽁치 등을 내는데 숙성시킨 사시미가 주를 이룬다. 생선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다시마 숙성(곤부즈메) 과정을 거치면 감칠맛과 단맛이 올라오고 생선살이 차지며 부드러운 맛까지 가미된다.


최근에는 여름을 맞아 메뉴를 개편했다. 반응이 좋았던 기존 메뉴는 남겨두고 묵직했던 겨울 메뉴보다는 산뜻하고 가볍게 먹기 좋은 요리 위주로 선보인다. 시소잎, 일본식 매실절임인 우메보시, 유자후추인 유즈코쇼 등을 넣어 일본의 향을 가미한 ‘비프타르타르’ 등 재미있는 메뉴가 한가득이다.

13가지 이상의 재료와 사시미가 들어간 일본식 굵은 ‘김초밥인후토마끼’는 이 가게의 베스트 메뉴인 만큼 놓치면 아쉽다.

위치 문래역 5번 출구 건물 2층
메뉴 온센타마고명란크림뇨끼 1만5000원, 왕갈비데미그라스니꼬미 2만5000원
영업시간 18:00~24:00 (일요일 휴무)
전화 070-7778-5505


◆양키스버거

문래 예술촌에서 손꼽히는 수제버거 맛집으로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 만으로 손님들을 사로잡았다. 철공소 바로 옆에 위치해 문래 예술촌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대표 메뉴인 ‘문래버거’는 흑미 치아바타 번 사이에 토마토와 육즙 가득한 고기 패티, 트러플 향이 가미된 버섯, 체다치즈와 살라미 등을 넣어 고소하고 짭짤하다. 매콤함을 좋아하는 고기파라면 베이컨에 소고기 패티, 칠리소스,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칠리치즈 베이컨버거’를 추천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74 / 칠리치즈 베이컨버거 9600원, 문래버거 8600원 / 12:00~22:00 (화요일 휴무) / 070-7758-6263


올드문래. /사진제공=다리어리알
올드문래. /사진제공=다리어리알

◆올드문래
문래 예술촌 골목 안의 수제 맥주 펍(Pub). 골목 사이사이 철재상들만 보여 이런 곳에 맥주 펍이 있을까 싶겠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간판이 보인다. 사람들로 항상 매장이 북적이지만 높은 천장 덕분에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다. 철공소였던 곳을 펍으로 개조했는데 카페 내외부는 그 시절 쓰였을 법한 각종 철제 도구와 용접 용품으로 꾸며졌다. 10여가지의 수제맥주와 곁들여 먹기 좋은 안주들이 준비돼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2가 14-28 / 소시지 플래터 1만8000원, 슬로우IPA 6500원 / 12:00~22:00(금, 토요일 ~02:00)/ 02-6326-4336


치포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치포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치포리

문래 예술촌 골목 대로변에 위치한 북카페&갤러리로 상호명인 ‘치포리’는 ‘고양이 치치와 포포의 도서관(Library)’을 줄인 말이다. 문래동 잡지인 <문래동네>의 발간과 운영을 돕자는 취지로 2013년 문을 열었다. 만화나 소설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서적도 구비했다. 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열어 문래동 주민의 사랑을 받는다. 노트북을 가져와 작업을 하는 이나 책을 읽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 조용한 편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84 2층 / 바닐라 라떼 4000원, 모차렐라 파니니 5500원 / (평일) 10:00~23:00 (토, 일요일) 11:00~23:00/ 02-2068-1667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