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수십억원의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판장에 증인으로 나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5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을 22일 증인으로 부르는 게 어떤지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은 “재판장의 소송 지휘에 따르겠다”고 했고, 검찰 측은 “SK 관련 증인신문은 차례대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이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재판 일정을 줄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최종 신문 기일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하이 포럼 참석을 위해 서울 김포공항 내에 위치한 전용기 출입국장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하이 포럼 참석을 위해 서울 김포공항 내에 위치한 전용기 출입국장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삼청동 안가에서 최 회장과 40여분 동안 독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과 가이드러너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최 회장은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 지속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최씨 측은 SK에 89억원을 추가로 K스포츠재단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했고 SK는 30억원만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SK 측의 기술적 거부로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검찰은 최씨가 요구한 89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포함해 기소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 이런 의혹에 대해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 측과 출연금 관련 논의를 진행한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 박영춘 CR팀장(전무)도 오는 15~16일 증언대에 설 전망이다.

또 횡령·배임 혐의로 수감 중이던 최 회장의 광복절 사면을 청와대에 청탁했다는 의혹이 있는 김창근 SK 이노베이션 회장도 증인으로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13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최 회장을 사면해 복권시켜 준 하늘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최 회장은 다음날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