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와 청소용역업체 A사. 지난 10여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두 회사가 6억원대 소송을 놓고 맞붙었다. 명절 때마다 되풀이된 상품권 강매는 물론 청소원 인건비, 청소약품 구매 강요 등 홈플러스가 수년간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게 A사의 주장. 반면 홈플러스는 과거 불법 관행을 모두 척결했고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머니S>가 홈플러스와 A사가 얽힌 쟁점을 집중 조명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홈플러스 갑질 민낯’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상품권 강매 논란
② 부당이득 챙기기 - 청소약품, 왁스 횟수 등
③ 부당이득 챙기기 - 포장용 폐박스, 화물차 사용료 등
④ 미화원 사망사고 ‘책임공방’
⑤ 한우고기 절취사건 진실은?
⑥ 진짜 ‘상생’이란 무엇인가


“홈플러스에는 1년짜리 계약이 없었어요. 지난해부터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용역계약 자체가 6개월, 8개월짜리였거든요. 계약기간 중 60일은 가계약기간이구요. 가계약기간 동안에는 업체평가, 점포평가, 본사평가를 수시로 받아요. 그런 식으로 10년동안 1년에 두번씩 재계약을 해야 했어요. 모든 해석 자체가 전형적인 독소조항이나 다름 없어요. 맹점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용역업체를 다루는 거죠.” (A사 대표)


[홈플러스의 '갑질 민낯' ②] 기막힌 시한부 '노예 계약'

◆ 위태로운 시한부 계약… 부당해도 말 못해
홈플러스의 갑질이 상품권 강매를 넘어 용역업체에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시키는 형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사에 따르면, 2006년 11월1일부터 지난해 5월31일까지 홈플러스 10개 점포의 청소·주차·카트 용역 업무 등을 수행하던 중 홈플러스로부터 청소약품 구매를 요구받거나 계약조건 임의변경 등으로 약 5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A사의 추가비용 항목을 보면 ▲청소약품(519만원) ▲매장 바닥 왁스 횟수 추가(3억1870만원) ▲화물차 사용료 및 유류대(1억6120만원) ▲포장용 폐박스(115만원) ▲신규점 오픈비용(2740만원) 등이다.

이는 엄연한 부당이득이라는 게 A사 측 주장이다. 홈플러스와 A사가 맺은 미화, 주차·카트 용역도급 계약서 중 ‘7조 운용비용의 부담’ 항목에는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다음의 비용은 수탁자의 청구에 의해 위탁자가 직접 부담하게 되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비용에는 ▲전화료, 전기료 및 제세 공과금 일체 ▲수탁자가 담당업무 수행을 위해 소요되는 소비자재 일체 비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계약기간 동안 A사에 매장 바닥 청소를 하기 위해 필요한 왁스, 묵은 때를 박리하는 세정제 등의 소비자재를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A사 관계자는 “점포에 재고가 없어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특정 상황에서 점포 비용으로 구매해야 하는 비품을 업체에 부담시키는 식이었다”며 “고속 광택기용 LPG, 왁스 외 기타 소모품 등이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기본적인 상주인원이 매일 하는 왁스작업을 비용절감을 이유로 횟수로 전환하면서 계약 횟수 외 추가작업 비용을 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매장 바닥 왁스작업은 폐점 이후 야간(밤12시~오전 6시)에 이뤄지는데 작은 점포는 미화원 7~8명, 큰 점포의 경우 20명까지 인력이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2012년 11월부터 해당 작업을 점포당 한달에 4번, 7번 등의 횟수로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로 변경한다. 이를테면 점포당 2000만원 정도로 계약된 작업비용을 회당 90만~95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점포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은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당시 홈에버 인수 후 홈플러스의 비용절감이 시급한 상황이었는데 점포당 1000만원씩 전국 140개 점포에 적용됐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절감 효과를 봤을 것”이라며 “2014년에는 그마저도 왁스작업 횟수를 50% 줄여 7번 작업은 3.5회로, 8번 작업은 4회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A사에 보낸 청소용역비용 청구 공문.
홈플러스가 A사에 보낸 청소용역비용 청구 공문.

◆ 본사 비용절감, 용역업체 몫으로
나머지 추가작업은 전적으로 용역업체 몫이었다는 게 A사 측 주장이다. 행사기획전, 명절기획전 등 행사 때만 왁스작업을 한다고 해도 계약 횟수를 넘을 뿐 아니라 왁스작업이 업체평가점수에 반영되고 1년에 두차례 체결하는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추가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A사가 공개한 야간 왁스 스케줄표를 보면 기존 계약 횟수보다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10회 이상 추가작업이 이뤄졌다. A사 대표는 “왁스작업을 업체 평가점수에 반영해 용역비를 깎거나 계약해지도 가능하게 만들어 놨다. 계약기간 안에 평가를 잘 받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의제기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와 계약이 종료된 후 부당이득금에 대한 부분을 항목별로 정리해 홈플러스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지난해 말 해당 건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A사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왜 지금 와서 (비용을) 청구하느냐, 계약해지에 따른 불만성 소송이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계약상 ‘을의 입장’이던 용역업체가 대형마트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홈플러스 측은 해당 건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며 법적인 판단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과거 협력업체에 못되게 한 관행이 일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왁스 횟수변경 등은 비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업체에서 요구하는 보상요구 금액이 타당한지 조율 중”이라며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기사 다시 보기 ① 상품권 강매 논란)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