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여객기 모습. /자료사진= 에어버스 제공
콩코드 여객기 모습. /자료사진= 에어버스 제공
비행기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 수단이다. 최근 민간 여객기 용도로 개발되는 항공기의 최고속도는 시속 1000㎞에 못 미친다.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 약 5600㎞ 거리를 이동하는데 6시간이 소요되는 속도다.
항공기술은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지만 민간인들은 여전히 19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비약적인 속도의 발전을 이룰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음속(고도 0m에서 약 1225㎞/h)을 넘어서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 실패로 끝난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음속보다 빠른 초음속 항공기가 개발된건 이미 70년이 지났다.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군용기 개발 경쟁이 펼쳐졌고 미국이 1947년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어 냈다. 냉전시대를 거치며 이 분야의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현재 군용기 부문에선 정찰기의 경우 마하3(음속의 3배)의 속도를 내는 항공기가 다수 존재한다. 연구중인 항공기 중에는 최고속도가 마하6를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태우는 민항 여객기는 군용기와 달리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속도를 높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군용기와 민항기의 엔진 기술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기술은 충분하지만 여객기에 걸맞은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민항 여객기로 개발된 비행기 중에서도 초음속 비행기가 존재했다. 유명한 콩코드기는 마하2의 속도를 낸 민항 여객기다. 1976년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항공의 상용노선에 투입돼 27년간 소리보다 빠르게 하늘을 날았던 콩코드기는 지난 2003년 박물관으로 향하게 됐다. 현존하는 비행기보다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다른 여러 문제들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싼 요금이다. 콩코드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체가 폭이 좁고 길게 설계돼 탑승 인원이 118명에 불과했고 4개의 제트엔진을 모두 가동하다보니 연료소모가 엄청났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석 수준의 좌석임에도 일반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보다 좌석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었다. 부유층만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였던 셈이다.

활용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문제가 됐다. 연료소모가 크다보니 항속거리는 7000㎞ 남짓에 불과해 투입할 수 있는 노선에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콩코드기는 대서양 노선에만 띄워졌을 뿐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태평양 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환경영향에 대한 우려도 문제였다. 초음속 비행을 할 때 발생하는 큰 소리(소닉 뱅) 때문에 각국 환경단체 등에서 반대 움직임이 컸다. 더불어 높은 속도로 운항하기 위해 성층권을 비행하는 콩코드기가 오존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초기 취항부터 콩코드기의 극렬한 반대자들을 양산했다. 

콩코드기는 가까스로 미주노선에 취항했지만 미국연방항공국의 반대로 미국 국내노선에 취항할 수 없어 수익성을 갖기 어려웠다. 여기에 2000년에 발생한 콩코드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고 미국 911 테러 여파로 인해 탑승률이 떨어지며 적자가 심화됐다. 마침내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항공은 이 여객기의 운항을 완전히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 콩코드 한계넘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 박차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는 초음속 비행기에 항공업계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2020년대에는 제2의 콩코드기가 상용화 될 것으로 항공업계는 예상한다.

콩코드기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제2의 콩코드기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은 콩코드기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사진=붐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사진=붐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파일럿이자 아마존 임원이었던 블레이크 숄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미국의 항공기 스타트업 붐테크놀로지는 2023년 첫 운항을 목표로 초음속여객기 붐 에어라이너를 개발 중이다. 이 항공기는 기존 항공기보다 2.6배 빠르고 항속거리는 1만7668㎞에 달하며 55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경량화 등으로 효율성을 대폭 강화해 일반 항공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 가격으로 운항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도 12∼18인승의 ‘스파이크 S-512’를 개발하고 있다. 마하 1.6의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다. 내년 첫 비행기를 띄워 2023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인데 초음속 비행기의 ‘소닉 뱅’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에 기술의 방점이 찍혔다. 현재 이 기술을 특허출원 중이다.

대형 프로젝트도 속속 진행 중이다. 유럽 에어버스는 지난해 초 콩코드 2.0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콩코드기와 달리 둥근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소닉뱅을 줄일 수 있다고 에어버스는 설명했다.


/자료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자료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해 초 록히드마틴과 초음속 여객기 시험비행모델 디자인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소닉 뱅을 혁신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0년부터 실제 크기 절반 수준의 시험비행 모델을 만들어 시험비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부분을 증명해야 하고 경제성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음속보다 빠른 여객기가 다시 상용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