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디지털 신한’과 ‘글로벌은행’으로 변화를 꾀한다. 위성호 행장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
지난 3월7일 위 행장이 취임한 이래 신한은행 분위기도 변화가 감지된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소통과 협업의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보고 방식도 문서(종이) 위주에서 전자문서 서식으로 바뀌었다. 전자문서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도 향상했다는 평가다. 해외시장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베트남 현지은행 인수에 성공했으며 해외법인 계열 실적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은 중장기적으로 해외현지은행을 인수하거나 업무협약을 통해 외형을 더욱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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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
◆혁신리더십, ‘디지털신한’ 도약
위 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내건 슬로건은 '비 더 넥스트(Be the NEXT·미래 금융이 되자)'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이 내용이 광고를 TV와 유튜브에서 방영 중이다. 광고는 위 행장의 철학을 담은 '리디파인(Redefine·재정의) 신한'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리디파인 신한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업을 새롭게 재정의하자는 뜻이 담겼다.
혁신 바람도 거세다. 위 행장은 취임 후 혁신이라는 단어를 줄곧 강조해왔다. 구태를 벗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롭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시행한 노타이도 이와 연계돼 있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유도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 상징의 일부인 넥타이를 과감히 벗어 던졌다.
디지털 신한으로의 도약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 업무의 주요 수단인 종이를 없앴다. 디지털 금융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서류 위주의 업무는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는다는 게 위 행장의 생각. 이에 따라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 서식으로 바꾸고 영업점도 디지털창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디지털 신한 구축을 위해 인사시스템도 개선했다. 위 행장은 이달 초 빅데이터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해당센터를 본부급으로 격상했다.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외부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이른바 순혈주의를 타파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디지털 관련 업무 본부·부서를 하나의 실무 조직인 ‘디지털솔루션그룹(가칭)’으로 통합하고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이 그룹은 부행장급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두고 3개 본부 시스템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또한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통합작업을 진행할 디지털채널본부, 기존 경영기획그룹 내 디지털전환본부가 이동하는 디지털전략본부(가칭), 기존 개인그룹 내 빅데이터가 자리를 옮기는 빅데이터본부(가칭)로 구성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 행장의 전문분야인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통과 혁신을 기반으로 초(超)격차 리딩뱅크로 발돋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행보 눈길… 베트남서 1위 수성
해외 진출 행보도 눈길을 끈다. 위 행장은 지난 4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해외순방은 4일부터 10일까지 약 이뤄졌다. 그가 선택한 곳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국가다. 그는 각 국가의 금융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금융감독 담당자와 은행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해외시장의 외형을 더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글로벌시장에서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오가닉(Oganic) 성장과 함께 아시아 유망시장 내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 등 인오가닉 성장 전략을 병기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 지난 4월 현지 호주 뉴질랜드은행(ANZ) 소매금융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신한베트남은행은 지점 수와 자산규모(30억달러)에서 HSBC은행을 앞질러 베트남 현지 외국계은행 1위에 올랐다. 특히 ANZ베트남이 보유한 10만여명의 카드회원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예대 업무뿐 아니라 카드사업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NZ은행을 인수한 것은 위 행장 취임 100일도 안돼 이룬 성과”라며 “신한베트남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다른 동남아시장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한은행의 일본법인인 SBJ은행은 올 1분기 1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중국법인인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같은 기간 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국내 경쟁은행보다 다소 늦게 출범했지만 중국 현지기업과의 거래 활성화를 위한 중자영업체계 재구축과 심사조직 정비 등으로 비교적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업적 덕분에 위 행장의 리더십 점수는 현재까지 합격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KB국민은행과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을 다시 한번 뛰어넘어야 한다.
올 1분기 실적에서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밀렸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 하락한 5346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6635억원, 63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도 1조1700억원을 기록해 KB국민은행(1조2640억원)과 우리은행(1조2627억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신한사태도 미약하나마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위 행장이 남아있는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주와 불협화음이 나온 적은 없었다”면서 “신한의 발전을 위해 두 인사가 합을 맞춰 협력해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