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베트남’을 외치는 국내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저성장기조에 직면하면서 보험사들이 탈 국내시장 움직임을 보이며 새 수익처로 베트남을 주목한 까닭이다.
2007년 WTO(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한 베트남은 9000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노리는 글로벌기업들에게 가장 핫한 개발도상국이 됐다.
특히 소득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5년 베트남의 가처분 소득은 1274억5600만달러로 5년 전인 2010년에 비해 무려 91.6%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가처분 소득도 3455달러로 2010년 대비 58.7% 늘었다. 9000만명 중 60%가 20~42세로 주소비계층비율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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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보험가입률 5%대… 매력적
베트남의 보험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 전체시장규모는 연간 2조원 정도며 이마저도 20여개 내·외자 보험사가 나눠먹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보험사가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국민 보험가입률이 5%대에 불과하다. 사회주의국가여서 국가 보장 범위가 커 개인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인의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소비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이륜차(오토바이)가 점령했던 베트남의 도로는 어느새 승용차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보험가입률이 낮은 만큼 잠재가입률이 95%인 상황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베트남에 진출했다. 사업 인가를 받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출장사무소를 여는 식이다. 이 중 한화생명이 2009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지난해 8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의 신 계약 실적은 2009년 410억동(VND)에서 지난해 5042억동으로 늘었고 점포 수도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74개까지 확장됐다. 초기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 수도 지난해 1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눈에 띌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단독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해외 보험영업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한 케이스다. 반면 삼성생명, 신한생명 등은 현지에 사무소를 설립, 사업 타당성을 찾고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사무소를 오픈하면 현지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통상 3~4년 정도 후 사업개시에 돌입한다”며 “현지 영업제재가 심해지면 길게는 5~7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입지를 다진 신한은행 덕분에 우리는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은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를 통해 베트남 보험시장 문을 두드린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베트남 국영기업인 베트남석유공사가 설립한 5위권 손보사 PJICO 지분 20% 인수를 결정했다. 2002년 베트남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한 삼성화재는 그동안 주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현지 손보사 지분인수를 통해 투트랙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동부화재도 2015년 손보사 PTI를 인수했고 현대해상 역시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KB손해보험도 베트남 합작사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현지시장 공략을 서두른다.
손보사들이 지분인수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유는 신규로 진출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여서 국부유출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외국자본 견제가 심한 편이라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현지 기업의 노하우와 우리 선진보험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인 보험영업방법을 찾으려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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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와 베트남 현지보험사의 조인식 모습. /사진제공=삼성화재 |
◆방카슈랑스로 점유율 높이다
그동안 베트남 보험시장은 전통적인 영업채널인 설계사 모집에 의존했다. 과거에는 베트남 국민의 소득이 워낙 낮아 은행 이용률 자체가 미미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영업은 시도하기 힘들었다. 또 사회주의국가여서 금융시장 성숙도도 낮았다. 베트남 유일 은행이었던 중앙은행도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계획을 실행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의 소득이 늘면서 영업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국내 보험사들은 일본 제일생명이 지난해 베트남에서 선보인 현지화전략에 주목한다. 제일생명베트남은 지난해 베트남 우정공사와 손잡고 자사 저축성보험을 15년간 독점판매하는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베트남 우정공사는 약 1만2400개의 직영 및 위탁 우체국을 운영하며 우편과 택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이다. 베트남인의 이용률이 높은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어 자사 상품판매 비중을 높이려는 전략인 것. 제일생명베트남은 지난해 4월부터 베트남 우체국점포에서 양로보험 등 저축성보험 판매를 시작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도 현지 금융기관과 연계한 방카슈랑스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프레보아베트남생명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이 보험사가 현지 은행은 물론 우체국 지점을 활용해 방카슈랑스 영업을 하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 한화생명도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금융영향력이 큰 신한베트남은행과 제휴를 맺고 방카슈랑스 시장 개척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은행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베트남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비해 영업망 구축에 용이해 당분간 국내 보험사들의 진출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