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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관심이 몰리는 건 11번가가 유통 대기업과 합칠 경우 현재 거래액 1위인 이베이코리아를 넘을 수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11번가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돼고 온라인쇼핑업체들의 ‘치킨게임’도 계속되는 분위기라 한동안 투자자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잇따른 사업재편에 분사·합작설 ‘솔솔’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오픈마켓 11번가 사업을 분사한 뒤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협력 대상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신세계그룹 또는 롯데그룹과 5대5 비율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합작설이 흘러나온 나온 건 SK플래닛이 최근 2~3년간 지속적인 사업재편을 진행해서다. 지난 3월에는 모바일광고 네트워크 '시럽애드'를 매각했고, 지난해 초에는 위치기반서비스(LBS)와 휴대폰 인증 부가서비스를 각각 인적분할해 모회사인 SK텔레콤에 합병했다.
같은 시기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인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보유 주식 전량(15%)도 카카오에 넘겼다. 이번에 11번가 분사·합작설이 제기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SK플래닛이 신세계 또는 롯데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국내 온라인쇼핑몰업계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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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메리츠종금증권 보고서 |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유력한 투자자로 신세계와 롯데를 꼽았지만 두 회사 모두 “내부적으로 전혀 논의된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11번가 역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성장을 위한 외부투자와 전략적 투자 등을 고민해온 것은 맞지만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11번가 분사·합작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서성원 SK플래닛 대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서 대표는 지난 21일 오후 자사 사내 인트라넷망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11번가 분사 후 매각이라는 옵션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11번가 분사·합작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퍼지면서 구성원 여러분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 또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매각협상 ‘난항’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11번가 매각설이 여러번 제기됐다. 지난해 말 SK플래닛이 중국민생투자와 투자 협상을 진행,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타진했지만 협상이 돌연 중단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국내 유통기업에도 11번가 매각가로 3조원을 제시했지만 상대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플래닛의 모회사 SK텔레콤도 직접적인 지원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11번가는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SK플래닛에서도 일단 11번가 매각 작업을 보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SK플래닛의 기업가치는 3조원 가량(추정치)으로 유통기업에서 11번가를 인수하려면 지분율에 따라 1조∼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1번가 매물을 크게 매력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오픈마켓 분야의 과열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K플래닛이 11번가의 외부 투자에 나서는 것은 국내 온라인쇼핑시장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아서”라며 “이 같은 상황에 상대 측 기업 입장에서는 적자 부담을 안고 있는 조 단위의 11번가 매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