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의 올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서 해외항공기업체와의 주가괴리도 넓어졌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투자심리가 약화된 ‘지금이 기회’라는 분석을 내놔 관심이 쏠린다. 실적부진 등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하반기 수주 개선으로 주가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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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조립현장.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 |
◆동남아·아프리카 등 하반기부터 수주성과 개선
한국항공우주의 2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항공우주가 2분기에 71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대비 11.0% 줄어들고 전 분기대비 0.1%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713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대비 24.9% 감소, 전 분기대비 27.0% 줄어든 전망치다.
한국항공우주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주된 이유는 완제기 수주잔량 감소에 따른 매출둔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가도 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코스피시장에서 6만2000원대에 거래된 주식은 지난 6일 현재 5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2일 6만2300원과 비교하면 7.54%(4700원)가 증발했다. 이날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5만7800원에서 출발해 장중 5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역시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5만760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한국항공우주가 약세일변도를 나타내는 반면 해외항공기업체의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보여 대조적이다. 에어버스, 보잉 등 해외항공기업체의 주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 약세는 수주잔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항공기업체들의 수주잔고가 유지되는 것과 달리 한국항공우주는 감소추세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 4690억원 규모의 일부 수주를 기록하긴 했지만 기체부품 수주잔고는 6조8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기존 생산부품의 물량 증가와 연장계약뿐만 아니라 신규부품 수주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약세인 이유는 신규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래도 올 하반기 기계업종 최선호주로 한국항공우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업종 최선호주로 거론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증권사는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하고 2분기 실적 우려에도 머지않아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놨다. NH투자증권은 한국항공우주에 ‘매수’와 목표주가 9만9000원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매수’와 7만7000원을, 유진투자증권 역시 ‘매수’와 7만9600원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들 증권사의 리포트에는 한국항공우주의 신규수주가 하반기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반기에 기대했던 T-50 고등훈련기 해외 수주계약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지역의 수주성과부터 차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한국항공우주에 따르면 태국(2000억~3000억원), 보츠와나(7000억원) 등 수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고 페루, 터키, 파라과이 등과의 수주협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또 이라크 후속지원프로젝트(3400억원), 기체부품 등에서도 하반기에 수주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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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조립현장.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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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에 흔들리지 않는 한국항공우주 ‘매수유지’
최대 30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의 훈련기 교체사업인 APT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도 한국항공우주의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보잉-SAAB, 록히드마틴-KAI 등 2개 컨소시엄이 경쟁 중이며 지난달 말 비행성능 제출 후 연말 최종 선정을 앞둔 상태다. 최종 계약자로 선정되면 강력한 주가 모멘텀이 되고 기대감만으로도 주가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항공우주의 올해 수주목표는 군수(3000억원), 완제기( 4조원), 기체부품(2조4000억원)으로 총 6조6000억원인데 현재까지 수주실적은 에어버스 기체부품 등 5700억원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추가적인 매출둔화 우려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수주공백에 대한 우려 역시 하반기 수주실적 개선과 함께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가의 큰 걸림돌인 수주공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모든 우려가 사라졌다고 볼 순 없다. 2분기 실적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하지만 최근 육군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헬기에서 결함이 발견돼 다시 한번 주가가 발목 잡힐 수 있어서다.
지난 5월24일 수리온 헬기 상부 프레임에서 실금이 발견됐고 정부는 60여대 수리온 헬기의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른 8대에서도 같은 문제가 확인돼 지난달 8일 모든 헬기의 운항을 중단했다. 문제의 원인은 회전로터에서 생기는 하중이 특정부분에 집중돼 피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이후 원인 분석과 비행 안전성 검토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27일 수리온 헬기 비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큰 이슈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놨다. 수리온 헬기에서 결함이 발견된 점은 아쉽지만 과거의 윈드실드나 체계결빙 이슈들과 비교했을 때 경미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에서도 신규 기종 개발과 운영 시 이와 유사한 종류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방위사업청도 3개월 내에 해당 문제에 대한 조치를 완료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문제에 대한 귀책사유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선 조치과정에서 업체가 일부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실적 우려와 수주공백, 수리온 헬기 결함 등으로 투자심리가 가장 악화된 지금이 한국항공우주의 매수기회라는 의견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