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1955~1964년 출생), X세대(1965~1976년 출생), Y세대(1977~1995년 출생) 뒤를 Z세대가 이어간다. 출산율이 높던 종전 직후 출생자는 베이비붐세대로 불린다.
지금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근면성실하게 일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하위권인 국가를 경제강국으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는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만 개인의 행복에 앞서 가족과 사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며 살아왔고 조직 충성심도 강하다.
X세대는 베이비붐을 지나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기에 태어나 90년대에 젊음을 불태웠으며 현재 40대가 주로 해당된다. X세대란 말은 더글라스 코플랜드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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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한국의 X세대는 10대에 경제적 풍요를 누린 첫 세대로 매년 10% 넘는 경제성장을 이어간 고도성장기에 자라 산업화 수혜를 받았다. 20대엔 문민정부시대를 맞아 정치적 민주화를 경험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처음으로 익숙하게 사용한 세대며 컬러TV 등 영상매체 발달로 유행을 따르는 분위기와 소비지향적 문화가 이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엔 비정규직의 아픔을 처음 겪은 1세대이기도 하다.
Y세대는 Y2000, 즉 2000년대의 주역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밀레니엄세대라고도 불린다. 보험회사 프루덴셜사가 미국 청소년 대상인 지역사회봉사활동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베이비붐세대가 낳은 2세들이어서 에코(메아리)세대라고도 한다. 부모세대에 비해 해외경험을 많이 해 다른 나라 문화와 인종에 대해 거부감이 적다. 어릴 때부터 고도화된 기술과 경제 혜택이 주어져 궁핍의 경험 없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난이 무엇인지 아는 세대와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 호기심이 많고 모방심리가 강하며 패션에 관심이 많다.
◆세대별 같은 사안 다른 해석
한국은 전후 몇십년간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국가여서 각 세대의 성장환경이 다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크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느낌과 해석이 달라 세대별 갈등이 심화됐다. 갈등을 줄이려면 가치관의 어떤 부분이 비슷하고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차이 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에 대한 가치관은 이혜정과 유규창의 논문 ‘세대별 일의 가치를 통해 본 의미 및 역할’(노동정책연구, 2013년, 13권 4호)을 참고했다. 직장인 379명을 베이비붐·X·Y세대로 분류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응답자 중 남자와 여자, 기혼자와 미혼자 비율은 비슷하며 직급은 사원(39.8%)이 제일 많고 대리(13.5%), 과장(11.9%), 차장(10.3%), 부장(4.5%), 기타 (20.1%)로 분포됐다.
일의 가치를 묻는 설문 9가지 항목 중 ‘즐거움과 재미 느끼는 것’을 모든 세대가 1위로 꼽았다. 조직에 헌신하며 살아온 베이비붐세대부터 개인주의 성향이 늘어난 청년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 가치가 충족되지 않으면 일은 정신적 만족감 없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기계적 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일하는 분야나 직업이 적성과 취향에 맞아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런 고려를 하지 않고 직업을 선택하는 현실이 한국의 행복지수를 더욱 낮게 만든다.
치과의사, 변호사 등이 사회적 평판이 높고 수입이 많은 것에 비해 만족도가 낮은 이유도 업무의 즐거움이나 재미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고학력인데도 연봉이 낮은 예술분야의 큐레이터와 방송국 성우 등이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입이 적을 뿐더러 가족이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선택하는 목사, 신부 등 종교직도 만족도가 높게 나온다. 일의 가치 순위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것 또는 임금 인상'은 모든 세대에서 6~7위에 불과해 높은 연봉이 흔히 알려진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중요한 가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인정·존중 vs 여가·자유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두번째 가치는 세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베이비붐세대는 ‘다른 사람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을 2위 가치로 꼽았으나 X세대는 5위, Y세대는 6위에 불과했다. 따라서 베이비붐세대를 일하게 유도하려면 존경을 표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일에 있어 뛰어난 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Y세대(4.20), X세대(4.06), 베이비붐세대(3.78) 순으로 응답점수가 높게 나왔다. 나이가 많을수록 다른 이에 대한 평가에 민감하고 나이가 적을수록 자기 스스로의 만족감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X세대와 Y세대가 일의 두번째 가치로 여기는 것은 ‘여가와 자유시간을 갖는 것’이다. 응답점수는 Y세대(4.27), X세대(4.09), 베이비붐세대(3.91) 순이다. 직장에서 X세대와 Y세대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여가와 자유시간을 인센티브로 제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선호되고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직종에 들어가 일하고 있는 Y세대인 지인은 업무량이 많아 법적으로 주어지는 휴가조차 사용하지 못해 불만을 느낀다. 자신만이 아니라 부서의 모든 사람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일하며 얻는 가치 중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봉사하는 것’은 상부상조 정신이 강하고 열심히 일해 빈민국을 세계 상위권 경제국으로 올려놓은 베이비붐세대가 5위로 꼽았다. X세대와 Y세대의 순위는 8위에 그쳤다. 한편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은 Y세대(3.97)가 5위, X세대(3.75)가 6위, 베이붐세대(3.69)가 8위로 꼽았다. 나이가 적을수록 봉사정신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복지 욕구는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최근 '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이 생겨나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해외로 망명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사원들에게 복지혜택을 많이 부여하는 것이 인재 유치에 도움 된다.
일에서 얻는 가치 중 ‘빠른 승진’은 모든 세대가 최하위로 간주했다. 같은 해 입사한 입사 동기 중 승진이 상대적으로 처진다면 스트레스 받겠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승진이 반드시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빨리 승진하면 빨리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있어 승진에 대한 집착은 일반적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은퇴 전까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휴식을 취하거나 노는 시간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따라서 일에 관련된 가치관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통계 결과가 있어도 사람에 따라 개별적으로는 차이가 난다. 사회적·보편적 인식에 얽매이지 말고 각자의 가치관을 짚어보면서 그에 따라 직업, 직장, 전문분야 등을 선택하는 게 삶에 활력을 가져오고 행복감을 높이는 지름길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