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KT&G 주가를 위협한다. 지난해 12월 흡연경고그림 도입 이슈를 겨우 넘어서나 했는데 최근 또 다른 악재와 마주한 것.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최근 KT&G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는 증권사가 속속 등장하는 만큼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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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본사.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회복하는 주가… 아이코스 과세기준이 ‘관건’
올 초 주당 10만원 안팎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KT&G 주가가 2분기부터 상승기류에 올라탔다. 지난 3월23일 9만49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뒤 상승 반전한 주가는 지난달 20일 12만2500원으로 약 3개월 만에 29.08%(2만7600원) 뛰었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던 KT&G의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이코스가 KT&G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참 오르던 KT&G의 주가는 지난 5일 1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앞서 흡연경고그림이 도입되면서 밀린 주가가 2분기 들어 일어서나 했는데 또 다른 돌부리에 걸린 것. 하지만 다행히도 시장의 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KT&G의 주가가 지난 6일부터 다시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13일 KT&G 주가는 11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KT&G 주가가 회복 기조를 보인 데는 아이코스의 가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자담배로 분류된 아이코스 역시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일반담배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아이코스가 전자담배로 분류되면서 불거진 논란은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 아이코스는 기존 궐련형과 유사한 히트스틱을 전자담배 기계에 꽂은 후 전기로 가열해 찌는 방식이다. 제품형태나 흡연방식이 일반담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또 담배에 붙는 세금은 담배소비세·지방소비세 등 지방세와 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 등으로 나뉘는데 기획재정부를 제외한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는 일반담배와 동일한 과세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KT&G는 혐오스러운 흡연경고그림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아이코스의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아이코스로 인한 리스크가 이미 반영됐고 실적도 시장기대치보다 좋아지고 있어 KT&G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려했던 아이코스는 기기 부족으로 KT&G의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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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상품 출시 빠를수록 점유율 방어 유리
아이코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KT&G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립모리스는 히트스틱의 전세계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150억개비에서 올해 말 500억개비, 내년 말에는 1000억개비로 빠르게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올해 7개월간 1.5%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의 기기만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이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직영점과 CU를 비롯한 편의점으로 아이코스의 판매망을 확대 중이지만 기기부족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에 뒤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전망은 KT&G가 아이코스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준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KT&G는 하반기 중으로 아이코스와 유사한 고체형 전자담배를 출시할 계획이다. 따라서 KT&G의 새상품 출시시점이 빠를수록 아이코스의 선점효과를 악화시켜 점유율 방어가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T&G의 올해 담배 내수 점유율은 전년 59.3%에서 60.3%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처럼 전자담배 이슈는 아직까지 KT&G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KT&G의 다른 사업부문에서의 선전, 유휴 부동산개발, 배당증가는 아이코스와 무관하게 주가에 상승압력을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KT&G의 2분기 수출량이 7.6%로 1분기 대비 다소 낮겠지만 달러 ASP(평균판매가격)는 5.8% 상승하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홍삼 매출액은 에브리타임 등의 높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1분기보다는 낮은 7.9%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특히 올해 완공될 대구부지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원부지(약 30만㎡)가 용도변경을 추진 중인 점과 용인과 평창의 지점 통폐합 등으로 개발이 가능해진 대형부동산이 생기는 점은 KT&G의 장기적인 자산가치를 부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SOTP-valuation(가치합산방식평가)에서는 유휴부동산의 가치를 2700억원으로 반영했으나 이들 부지의 용도 변경이 성공하면 개발가치는 1조원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배당수익률도 3.3%로 양호해 투자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동부증권은 KT&G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14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IBK투자증권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올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G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1조1546억원, 영업이익은 9.3% 증가한 378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담배판매량 감소에 따른 우려가 제한적이고 담배수출과 홍삼판매에 따른 실적 성장세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KT&G의 주가 전망을 놓고 투자에 앞서 좀 더 상황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다음달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전자담배 글로(Glo)가 한국에 출시되는 점은 KT&G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필립모리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아이코스가 일반 궐련흡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것을 입증하면 수요가 더 커질 수 있어 이를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