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라까사호텔. 가구회사 까사미아가 운영하는 이 호텔은 독창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접목한 부티크 호텔이다. 객실은 까사미아의 침대와 책상 등의 가구와 침구, 욕실용품 등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투숙객들은 까사미아 제품을 미리 체험해보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까사미아 매장에 들러 가구와 소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까사미아가 호텔업에 진출하면서 노린 일종의 홍보효과다.
#.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리얼컴포트는 듀오백 의자로 잘 알려진 기능성 의자 전문 제조업체 디비케어가 운영하는 헬스케어 전문숍이다. 체험 중심형 매장인 이곳은 회사 대표상품인 듀오백 의자에 더해 기능성 책상, 라텍스 침대, 침구세트, 안마의자, 반신욕 기구와 각종 소형 안마기기까지 갖춰 고객이 다양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엔 숍인숍 형태로 진화를 꾀하면서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매장수는 전국적으로 20여곳에 달한다.
전문 가구업체들이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 우물만 파자”라는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수익을 높이거나 사업 시너지 효과를 높일 만한 분야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모양새다. 단순히 주력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영역을 확대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 한 우물 파기 옛말… 바뀌는 패러다임
업계에 따르면 주방가구 전문기업 한샘은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전문매장인 리하우스 매장을 최대 11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문을 연 리하우스 매장 2곳에 더해 연말까지 2~3곳의 리하우스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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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플레그숍 대구범어점 내부전경. /사진제공=한샘 |
최근 리모델링 인기에 힘입어 리하우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한샘은 그동안 생활가전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2010년 초반에는 주방가구와 가정용가구를 바탕으로 건자재사업과 사무용가구시장에도 진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한샘의 외형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샘뿐만이 아니다. 가구업체의 비주력부문 진출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까사미아는 지난 6월 프리미엄 맞춤형 주방가구브랜드인 씨랩 키친을 론칭했다. 홈퍼니싱을 근간으로 성장한 까사미아가 2011년 호텔업을 넘어 주방가구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까사미아는 색상과 마감재, 구성, 액세서리 등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기본 주방가구와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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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까사호텔. /사진제공=까사미아 |
퍼시스의 생활가구브랜드 일룸은 2000년대까지 학생용가구사업에 주력했지만 2010년 가정용가구로 사업 영역을 넓힌 뒤 최근 거실과 부엌가구 라인에 힘을 쏟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종합가구회사를 표방해온 현대리바트는 공기청정기, 싱크대, 살균기, 모기포충기, 스마트 조명 등 각종 소형가전제품을 선보이며 생활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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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룸의 홈카페 주방가구 '레마'. /사진제공=일룸 |
에넥스는 2015년 사무용가구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엔 기존 주력사업인 주방가구 및 붙박이장과 어울리는 인테리어 제품군을 선보였다. 일반가구에 주력하던 에몬스는 2015년 화장대와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결합한 거울 제품과 침대 헤드에 안마 기능을 넣은 제품을 선보이며 기능성가구 제조회사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후 주방가구시장에도 진출했다.
주방가구 제조회사인 넵스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 있는 7층짜리 사옥을 허물고 호텔을 건설 중이다. 지하 5층, 지상 17층에 객실 180개를 갖춘 5성급 호텔을 지어 내년 중 오픈할 계획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가구업계에는 일반가구, 주방가구, 사무용가구로 나뉜 시장에서 각자 주력분야에만 집중하는 일종의 보수적인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최근 몇년 새 공격적으로 브랜드와 매장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역 파괴 바람… 시너지로 새 먹거리 창출
가구업체들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 업계는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사업 확장으로 풀이했다. 가구와 연계된 사업을 중심으로 비주력사업을 확대해 협업 시너지를 얻겠다는 것. 한 분야만 잘 하는 회사가 아니라 종합가구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고객 인지도를 확고히 다지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사무용가구업체 한 관계자는 “홈퍼니싱 열풍과 1인가구 증가 등 변화하는 시장트렌드에 부응해 가구업체들이 시너지를 넓힐 수 있는 분야로 적극적인 사업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 우물만 파서는 더 이상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과는 이미 증명되고 있다. 에넥스는 인테리어 제품군을 대폭 확대해 지난해 394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다만 가구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세가구업체들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세가구업체들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비하고 대응할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 대형가구업체들이 폭넓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들이 가진 가격경쟁력도 사실상 약화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구시장에서 대형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고 나머지 70%는 지역거점의 중소 영세사들”이라며 “대형가구업체들의 다양한 변신은 영세가구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