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초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키로 하면서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기간 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인하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빠르고 크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이 경우 순익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법도 마땅찮다. 그나마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결과적으로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와 저축은행,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24% 적용 ‘초비상’

법정 최고금리는 내년부터 연 24%로 낮아진다.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대부업법 최고금리는 현행 연 27.9%에서 24%로, 개인간 거래 시 적용되는 이자제한법 최고금리도 연 25%에서 24%로 인하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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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제한법은 내년 신규로 체결하거나 갱신, 연장하는 대출계약부터 적용되며 이미 체결한 대출계약에는 최고금리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0월 중 개정시행령을 공포할 계획이다. 시행령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중 시행된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대부업체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영세업체는 폐업하거나 신용대출을 중단했는데 이번에도 악화된 영업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중소형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최고금리 인하(34.9%→27.9%) 후 올 6월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회원사는 38%(79→49개) 줄었다.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신용대출 취급업체 30곳의 지난해 총대출자산은 3424억원으로 조사됐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자본력이 없는 영세대부업체가 또다시 존폐 기로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손익 악화가 예상된다. 자산순위 10위권 내 대형업체의 가계신용대출 연평균 금리는 6개사가 24%를 넘는다. 그나마 낮은 금리를 적용한 저축은행은 페퍼저축은행뿐이다. 페퍼저축은행의 평균대출금리는 연 20.96%다. 다만 연 24% 이상 금리를 적용한 비중이 30%를 넘어 페퍼저축은행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경우 연 24%이상의 금리를 적용한 비중이 극히 일부이지만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은 최대 연 37%를 넘는다. 전업계카드사별로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연 24% 이상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회원 비중은 ▲우리카드 37.45% ▲삼성카드 31.17% ▲현대카드 30.47% ▲하나카드 20.42% ▲신한카드 19.55% ▲KB국민카드 16.85% ▲롯데카드 2.58% 등이다. 연체이율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계카드사의 연체이율이 연 21~27.9%이기 때문이다.

◆제2금융-대부업 경쟁 심화 예상

대부업계와 제2금융권 모두 영업환경이 어렵지만 현재로선 대응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업체의 경우 연평균금리가 대부분 최고금리에 육박한다. 대부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규대출의 평균금리는 대부분 연 27.9%다. 금리대별 비중을 보면 연 24% 이하의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취급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초 연 7%포인트 인하했을 때보다 내년 1월 연 3.9%포인트 내릴 때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소형업체를 중심으로 도산 위기가 만연한 상태다. 그럼에도 손쓸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업계 역시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고금리 인하가 예상됐지만 그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빠르고 커 현재로선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고금리 부근의 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사와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신용 고객 리스크를 떠안을지, 대출 실행을 줄일지 눈치싸움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CSS 고도화, 비용절감 등의 대책이 최선이지만 내년 1월까지 CSS 고도화작업을 완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리스크를 떠안거나 대출 실행을 줄이는 방법뿐인데 상황을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CSS 고도화는 항상 진행해온 작업이었다”며 “말이 CSS 고도화지 사실상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거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업권별 금리가 달라야 상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신용자 고객에 대한 업권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제2금융권 내에서 CSS를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8명으로 구성된 핀테크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평가모형·리스크관리·CB(신용평가사) 인력과 평가모형 개발자, 리스크 관리자 등 외부인사 6명을 영입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특정 결과물이 없는 상태지만 핀테크TF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다 보면 리스크 관리 강화,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사의 경우 최고금리 인하 시 대부업체·저축은행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의 작업이 필수적인데 대출심사 고도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 연체율·부실률을 얼마나 잘 예측해서 신용평가에 반영하느냐 등이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