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 그친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한 것. 그럼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는 증시의 통념이 깨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엔씨소프트가 빠르게 실적증가를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를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사로 거듭나는 전환기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리니지M을 출시하기 전까지 잔뜩 웅크렸던 엔씨소프트가 하반기부터 날개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2분기 실적 ‘쇼크’… 리니지M은 이제 ‘시작’
지난 7일 엔씨소프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6.4% 감소한 3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전망치 평균인 720억원을 47.8% 밑도는 수준으로 어닝쇼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0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 줄었다. 매출액만 2586억원을 기록하며 7.5% 증가했다.


게임별 매출액은 ▲리니지1 338억원 ▲리니지2 167억원 ▲아이온 108억원 ▲블레이드&소울 390억원 ▲길드워2 136억원 ▲모바일게임 93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매출처였던 리니지1은 지난해 같은 기간 944억원에서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 6월21일 새롭게 출시한 리니지M은 불과 10일 만에 8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리니지M은 고전게임 리니지1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다. 리니지M은 리니지1을 플레이했던 유저를 잡기 위해 그래픽 수준만 상향했을 뿐 기본 시스템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전략이 적중하면서 리니지M의 매출이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니지M은 출시 전 사전예약으로만 500만명의 유저를 확보한 바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평균 분기 매출액 800억원 수준을 기록했던 리니지1이 이용자 이탈과 신규 이벤트 부재 등으로 매출감소를 겪었다”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리니지1이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하면서 신규 매출원이 발생한 점, 리니지 IP 파워가 입증된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2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유도 예상보다 못한 매출액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에 241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승훈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바일게임부문 매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기존 PC게임의 매출과 리니지2:레볼루션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매출이 하락했다”며 “전체 매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이 어닝쇼크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발표 전 엔씨소프트의 2분기 매출 전망치 평균은 3027억원으로 실제 매출은 이것보다 14.6%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머니S톡] 엔씨소프트

◆하반기 기대감에 주가 연일 ‘강세’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주가는 때 아닌 강세를 보였다. 통상 대부분의 종목은 어닝쇼크가 발생하면 주가가 폭락한다. 하지만 지난 7일 엔씨소프트는 전 거래일보다 3.09% 상승한 38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엔씨소프트의 상승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각각 171억원, 176억원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354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 4월부터 매도세를 이어오다가 리니지M이 출시된 후부터 꾸준히 엔씨소프트를 매수하며 주가상승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지난 6월21일 이후 외국인은 엔씨소프트의 주식 191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전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기조를 보였음에도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불과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보고서를 낸 23개 증권사 중 8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고 1개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상향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기준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52만8519원으로 당일 주가 대비 33%의 상승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올린 이유는 3분기에 높은 실적 증가가 기대돼서다. 2분기 실적을 보면 리니지M의 매출이 10일치밖에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800억원을 넘겼다. 게임 출시 효과가 점차 사그라진다 해도 3분기 실적에는 리니지M 효과가 온전히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리니지M의 일평균 매출이 초기 평균수준 대비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고 실제로 평일 오후에도 130개의 서버가 전부 ‘혼잡’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일매출은 견조할 것”이라며 “나아가 앞으로 개인 간 거래시스템, 공성전 등 아이템 구매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나올 예정이어서 매출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그는 3분기 리니지M의 일평균 매출 추정치를 50억원에서 65억원으로 올려잡았다. 3분기 전체로 따지면 6000억원의 매출이 리니지M에서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또한 내년까지 3개의 모바일 신작 발표가 예정됐고 기존 게임의 업데이트도 계획 중인 점은 주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리니지1 대규모 업데이트와 이벤트, 3분기 말 ‘길드워2’ 확장팩 출시, 4분기 ‘블레이드앤소울모바일’, ‘아이온레기온스’ 출시 등을 앞뒀다.

이승훈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안에 출시될 블레이드앤소울 MMORPG는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한 만큼 국내외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출시일이 오래된 PC게임 이용자들이 모바일 MMORPG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어 엔씨소프트는 시장 선점을 위해 신작 출시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