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 100일을 갓 넘겼지만 이미 두차례 부동산대책이 나왔고 이달 말과 다음달 추가대책이 발표되면 총 4번 나오는 셈이다. 지난 8·2 부동산대책으로 실수요자의 대출문턱이 높아져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규제 강도를 점점 높일 태세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8월 가계부채대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대출한도를 더 줄여 실수요자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한편에서는 시중은행이 이미 자체적으로 대출기준을 강화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더 깐깐해지는 대출규제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후속조치로 가계부채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대책은 1400조원의 가계부채 관리가 목적이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한도규제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동산규제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DSR 도입에 따른 대출규제의 강화다. DSR은 대출자의 원리금상환 능력을 더 깐깐하게 심사하는 지표로 신용대출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차 할부금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 소득이 적거나 빚이 많은 가구일수록 앞으로 은행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또 DTI를 개정해 대출자의 미래소득을 추정, 부채상환 능력을 더 현실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이는 미래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대출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실수요자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초년생의 경우 앞으로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출한도가 높아진다. 반면 지금은 소득이 높아도 은퇴가 가깝거나 소득이 예측 불가능한 경우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가계부채대책의 또 다른 쟁점은 ‘유한책임형 대출’의 확대다. 은행대출을 받아 매수한 주택의 시세가 하락해도 대출자가 담보를 포기하면 채무가 사라지는 제도다. 예컨대 대출금이 3억원인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집값이 2억5000만원으로 떨어지면 지금까지는 시세 하락과 관계없이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 ‘무한책임형(소구) 대출’을 했지만 앞으로는 5000만원을 덜 갚아도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소구대출이 확대되면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은행은 집값 하락의 손실을 떠안게 되므로 대출심사를 더 꼼꼼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비소구대출 조건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 기준 부부합산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 전용면적 85㎡ 이하, 집값 5억원 이하만 해당되지만 새 가계부채대책에 따라 앞으로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로 높아질 전망이다.

◆집값폭락 없을 듯… 보유세 인상 촉각

최근 몇년 새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와 임대수익 상승이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부동산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8·2대책이 발표된 이달 초 서울 아파트값이 1년5개월 만에 떨어졌고 고공행진하던 서울 재건축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서울과 과천, 세종 등은 매수·매도 거래가 모두 줄어드는 상황이다. 8·2대책 시행 전 일주일과 시행 후 일주일의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각각 1124건, 113건을 기록해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과천주공7-1단지. /사진=머니투데이 DB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과천주공7-1단지. /사진=머니투데이 DB


문제는 8·2대책으로 대출문턱이 높아져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기회도 낮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추자 투기과열지구와 다주택 여부, 기존 주택담보대출 수에 따라 대출한도가 최대 30%까지 떨어졌다. 집값의 3분의1도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것. 대신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무주택자 중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와 집값 6억원 이하 등은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연소득 기준을 7000만원으로 높였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30대 맞벌이부부의 연소득 평균은 6780만원으로 나타났고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6억2888만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시장 상황이 집값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거시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다만 일시적인 거래 위축으로 실수요자의 집값 부담이 약간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DSR 도입은 정부의 정책의지와 규제의 현실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아파트 공급과잉과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냉각돼 거래가 줄어들 수 있지만 서울은 집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만큼 공급대책 등의 다양성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계부채대책에 이어 다음달 부동산공급대책의 세부내용도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서울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을 규제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경우 공급난으로 이어져 집값을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보유세 인상도 추가규제의 핵심 쟁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동산보유세 인상 여부가 남은 과제인데 아직 관계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