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아나운서가 신동호 국장으로부터 방송출연을 제지당했다고 폭로했다.
손정은 아나운서

오늘(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인근에서 'MBC 아나운서 방송 및 업무 거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손정은 아나운서를 비롯한 MBC 아나운서 27명이 참석해 그동안 방송 출연 방해, 제지 등 업무 관련 부당 침해 사례를 폭로했다.

이날 "'손정은 아나운서입니다' 제 자신을 소개하는 게 어색합니다"라고 운을 뗀 손정은 아나운서는 그간 방송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2년 파업 이후 여러 방송에서 배제됐고, 휴직 후 돌아온 2015년 이후에는 라디오 뉴스만 진행했다”라며 “그런데 그나마 하고 있던 저녁종합뉴스마저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하차했는데, 직후 들려온 소문으로는 임원회의에서 고위급 간부가 ‘손정은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고 경위를 밝혔다.


그는 “하지만 당시 난 그 고위직 임원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며 “이후 내 잔혹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폭로를 이어갔다.
 
손 아나운서는 “드라마 ‘몬스터’와 ‘경찰청사람들’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요청을 받았지만 신동호 국장은 ‘손정은 말고 다른 사람은 없냐’고 이야기하며 내 출연을 막았다. 아나운서국에서는 절대 안된다며 출연을 무산시켰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을 개편 때 라디오국에서 날 DJ로 추천했을 때도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내 이름은 제외됐는데, 라디오국에서는 아나운서국에서 날 막았다고 했다. 아나운서국에서 내가 들은 답변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라며 "휴가 간 DJ를 대신해 라디오 프로그램 대타가 들어왔을 때도 신동호 국장은 ‘왜 그것을 손정은이 해야 하느냐. 다른 사람 시켜라’라며 화를 냈다고 하더라. 각종 다큐멘터리 내레이션까지 막으면서 난 TV에서 목소리조차 나올 수 없는 아나운서가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 사회공헌실로 인사 발령을 받은 손 아나운서는 발령 당일 아침까지도 전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짐을 싸서 다른 부서로 이동할 때까지 신 국장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손 아나운서는 “이런 일은 지난 5년간 많은 아나운서들이 겪었던 잔혹한 사실”이라면서 “이것은 비단 아나운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많은 MBC 노조원들이 이런 부당하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신 국장 사퇴와 MBC 정상화를 촉구했다.

앞서 27명의 MBC 아나운서들은 지난 18일부터 총파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당일 오전 8시부터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MBC 아나운서국 소속 8인과 계약직 11명은 MBC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배현진, 2012년 MBC '런던올림픽 특집 뉴스데스크' 진행 당시 '모자 패션'으로 화제가 됐던 양승은을 비롯한 이들은 파업에서 빠졌다.

사진. MBC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