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항생제.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물자유연대 주최 '식용 사육개들의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이혜원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고기 항생제.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물자유연대 주최 '식용 사육개들의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이혜원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재래시장 93개 업소의 개고기 항생제 검출 비율이 일반 축산물의 9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는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3R동물복지연구소에 의뢰해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에게 투여하는 항생제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전국 재래시장 93개 업소에서 개고기 샘플을 채취해 항생제 잔류 검사와 미생물 배양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93개 샘플 중에서 65.4%에 해당하는 61개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됐다.


대표적인 동물용 항생제인 엔로플록사신, 타일로신, 린코마이신, 아목시실린, 설파티아졸, 설파메타진, 설파디아진, 설팜톡사졸 등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된 것.

또한 93개 샘플 중에서 항생제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42개 샘플을 시·도 축산물 시험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준에 적용하면 45.2%에서 항생제 잔류치가 검출됐다.

이는 소, 돼지, 닭 등 일반 축산물 항생제 검출 비율인 0.47%의 9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항생제 함유 수치는 정부가 다른 식용 고기에 적용하는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혜원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항생제가)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항생제가 검출된 개고기를 지속 섭취할 경우 항생제 내성이 커지게 돼 중증 질환이 생겨도 치료가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1년에 약 200만마리가 도살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 중 충분히 항생제 잔류 허용치를 넘는 샘플 개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조사는) 항생제만 검사했는데 개 농장에서 스테로이드, 구충제 등 예방제가 자가 진료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생물 배양 검사에서는 에셔리키아 콜라이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창상 감염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에로모나스 등도 검출됐다. 특히 에셔리키아 콜라이 검출로 햄버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항원형 O157:H7의 검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부소장은 "무엇보다 굉장히 놀라운 것은 에셔리키아 콜라이라는 세균의 검출인데, 이 세균의 아종으로 다양한 종들이 있다"며 "그 중에 EHEC라는 장출혈성 에셔리키아 콜라이가 있는데 그 아종으로 유명한 햄버거병을 유발하는 항원형 O0157:H7 세균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개를 사육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리도 안하고 개를 얼마나 사육하는지 등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혀 파악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더 이상 개 식용 산업이 존립할 수 없으니 농림부는 빨리 실태 조사를 하고 대책과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대표는 "(세균 검출 원인이) 음식물 쓰레기를 개에게 공급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라며 "환경부는 개 먹이로 음식물 쓰레기가 공급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