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사진=서울시 제공
덕수궁 돌담길. /사진=서울시 제공

주한영국대사관이 자리해 60여년간 끊겼던 덕수궁 돌담길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30일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총 170m 구간 중 100m 구간(대사관 후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을 이날부터 보행길로 정식 개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대사관 후문 앞에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덕수궁 돌담길 개방을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길은 고종과 순종이 제례 의식을 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로, 덕수궁에서 선원전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이 중 70m 구간은 대사관 소유였고, 나머지 100m 구간은 서울시 소유였다. 하지만 영국대사관이 1959년 점용 허가를 받아 철대문을 설치해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다.

서울시는 2014년 10월 단절된 공간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11월에는 박 시장이 대사관을 직접 찾아 스콧 와이트먼 전 주한영국대사와 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대사관과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개방을 위한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마침내 개방 합의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안전·보안 전문가로부터 자문받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했다.

서울시는 정식 개방에 앞서 대사관, 문화재청의 협조 아래 보행길 조성 공사를 실시했다. 그간 관리되지 않던 보행로를 정비하고, 덕수궁과 대사관의 담장도 보수했다. 또한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로등을 새로 설치했다.

이번에 개방하는 돌담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가는 서소문 돌담길과 달리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담장 기와지붕은 보는 사람의 시선 아래 펼쳐져 있어 도심 속에서 고궁의 정온함을 느낄 수 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은 전통과 이국의 매력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연출된다.

서울시는 "특히 야간에는 덕수궁 담장이 은은하게 밝혀져 고궁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시는 아직 개방되지 않은 나머지 70m 구간(대사관 정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에 대해서도 대사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에서 복원을 추진중인 '고종의 길(덕수궁길~정동공원)'이 연내 개방되면 덕수궁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한 번에 이어져 정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희망했다.

박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시에 정동 일대를 역사를 품은 탐방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