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촌이 고령화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1%에 그친다. 농촌 노인 대다수가 기초연금에 기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농민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실제 사례를 통해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는 노하우를 알아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농촌 노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또 최근 사회트렌드로 부상한 귀농·귀촌 성공을 위한 실전 팁도 소개한다.<편집자주>

저성장 고착화, 베이비붐세대 은퇴, 생태가치 선호현상 등이 맞물리며 농업을 생업으로 삼으려는 ‘귀농’과 농촌에서의 전원생활을 꿈꾸는 ‘귀촌’이 새로운 사회트렌드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기준 귀농·귀촌가구는 귀농 1만2875가구, 귀촌 32만2508가구로 2013년 대비 각각 2673가구, 4만1670가구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귀농·귀촌 트렌드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귀농·귀촌을 선택한 이들은 도시에서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고 농촌으로 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웃으며 귀촌했다가 울면서 귀도(도시로 돌아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년 전 정년퇴직 후 경남 함양군으로 귀농한 허모씨가 혼자서 사과 과수원 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귀농인 허모씨
3년 전 정년퇴직 후 경남 함양군으로 귀농한 허모씨가 혼자서 사과 과수원 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귀농인 허모씨

◆귀농·귀촌의 허와 실
# 30여년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녀의 대학교육까지 뒷바라지한 60대 A씨는 퇴직 후 아내와 함께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귀촌했다. 당분간 시골에서 쉬면서 천천히 작물재배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낯선 농촌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몸이 안좋거나 날씨가 흐린 날 공동작업에서 빠지면 나중에 이장이 찾아와 돈을 내라고 닦달했다. 견제도 심했다. 여윳돈이 많지 않아 심사숙고하던 차에 이장의 추천으로 곧 차가 다니는 길이 생길 것이라는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임야 600평을 샀지만 3년이 지나도록 길은 생기지 않았다. 작물재배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물어물어 수익성이 좋다는 블루베리와 산딸기재배를 시작했지만 각종 시행착오로 아직까지 수입 없이 농비만 계속 축내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출까지 받아 수익창출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뚜렷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달 26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14~2016년 역귀농·귀촌 실태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인의 6.8%가 도시로 되돌아갔다. 그 이유는 영농실패(43.5%)가 가장 많았고 일자리(17.4%), 자녀교육(13.0%), 건강문제(13.0%)가 뒤를 이었다.


다른 농촌으로 이주한 2차 귀농·귀촌인은 4.3%다. 이들은 대부분 품목 변경, 농지 주변으로 이사, 농지 획득 등 더 나은 영농여건을 찾아 이주했다. 반면 귀농·귀촌인의 대다수인 88.8%는 농촌에 정착해 계속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보면 귀농·귀촌 성공률이 높아 보이는 데이터다. 그러나 3년간 농촌에 계속 거주한다고 해서 귀농·귀촌에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을주민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고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농비에 대출로 농촌생활을 연명하는 이도 많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귀농·귀촌 전후 가구소득은 2배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귀농·귀촌 전 소득이 높다. 귀농가구의 경우 귀농 직전년도 연평균 소득은 4574만원이었지만 귀농 첫해 소득은 1781만원이다. 귀촌가구의 귀촌 직전년도 소득은 4108만원, 귀촌 첫해 소득은 2496만원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특히 귀농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012년 3242만원에서 2015년에는 1984만원으로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귀농·귀촌인이 해마다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성공적인 귀농·귀촌생활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농촌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조사와 교육, 발로 뛴 준비 등이 선행됐다는 것.

경남 창원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13년 함안군으로 귀농한 이미연씨(가명)는 200여평의 농지에 다육식물 등을 재배해 연 70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귀농 전 교육을 충분히 받으며 재배할 작물을 골랐고 마을주민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자세로 노력한 결과 귀농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씨는 “귀농에 앞서 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대학에서 농산물가공과 강소농경영개선교육을 받았다”며 “다육이 직접재배와 함께 일손이 부족한 마을 어르신들의 농지 4000평, 과수원 3500평을 임대 관리해 추가로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성공적 귀농·귀촌을 위해선 철저하고 계획적인 준비, 마을주민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마을 내외부 전문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귀농·귀촌 관련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니인터뷰] 김옥순 전 함양 귀농·귀촌 밴드 동아리 회장

김옥순 전 함양 귀농·귀촌 밴드 동아리 회장. /사진제공=김옥순 회장
김옥순 전 함양 귀농·귀촌 밴드 동아리 회장. /사진제공=김옥순 회장
‘농촌의 몸’부터 만들어라
 
경상남도 합천군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40여년을 살다 3년 전 경남 함양군으로 귀농한 김옥순씨(여·55). 그는 최근 2년간 900여명의 귀농·귀촌인과 예비 귀농·귀촌인의 모임인 함양 귀농·귀촌 밴드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성공한 귀농·귀촌인과 실패한 귀농·귀촌인을 지켜봤다. 김 전 회장에게 귀농·귀촌에 성공하기 위한 실전 팁을 물었다.

“합천 시골마을 출신이라 시골에 가면 도시에서보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귀촌 직후 6개월가량 농업과 관련된 일을 쫓아다니며 귀농지, 재배할 작물, 작물재배방법 등을 배웠죠. 도시에서 생활할 때는 일 못한다는 소리를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농사일은 70~80대 노인보다 훨씬 못했어요. 도시일과는 다른 고된 농사일에 몸도 여기저기 아파 일주일씩 앓아눕기도 했죠.”

그는 도시생활이 몸에 밴 귀농·귀촌인은 2~3년 농사와 관련한 교육을 받고 행정절차도 배우며 직접 농사일을 체험해보는 등 ‘농촌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확은 한철이지만 1년 내내 준비가 필요한 게 농사일이어서 무턱대고 덤비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김 전 회장도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 밤나무가 심어진 임야 5만여평과 밭 2000여평을 구입해 산딸기와 복분자를 재배하는 귀농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마음이 맞는 귀농·귀촌인과 함께 농산물 직거래법인을 만들어 귀농인들이 생산한 농작물을 받아 판매하는 상생수익구조도 만들었다.

“외부에서 보는 공기 좋고 물 맑다는 귀농의 최대 장점은 몇달 가지 않는 시한부 혜택이에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선 기존 마을주민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외지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는 귀농·귀촌 초기 집을 짓는 데 많은 돈을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집은 후순위로 미룬 채 씨를 뿌리고 수확할 수 있는 땅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이 날 때까지 지켜본 후 수입에 맞춰 집을 새로 짓거나 구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

“농사에는 땅뿐 아니라 상당한 농비도 필요해요, 그런데 농작물값은 변동성이 커 수익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죠. 귀농인은 최소 3년간 수익이 나지 않아도 지낼 수 있는 여윳돈을 갖고 귀농하는 게 실패확률을 줄이는 길이에요.”

김 전 회장은 여윳돈이 많지 않다면 처음부터 투자하거나 귀농하지 말라고 말한다. 1~2년 농촌에서 일자리를 구해 일을 배우고 돈도 벌면서 농촌의 삶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