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친절한 금융] 2조원대 반려동물 시장, 펫 금융상품의 진화

#.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수진(31세)씨는 부모님과 함께 개 두마리를 키운다. 반려견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사료비와 병원비, 미용비로 월 100만원 이상이다. 최근에는 개 한마리가 소파에서 떨어져 관절을 다치는 바람에 수술비 50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이씨가 버는 월급은 200만원가량으로 절반 이상을 반려견에게 쓰지만 이들을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해 양육비 지출이 아깝지 않다.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생활하는 펫팸족이 1000만명으로 늘었다. 펫팸족은 Pet(애완동물)과 Family(가족)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인을 일컫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시장은 2조원에 달한다. 온라인상 반려동물 용품 거래액은 2014년 1976억8100만원에서 2015년 2602억1000만원, 지난해 3242억2200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대규모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반려동물시장은 이제 금융권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더욱이 1인 가족 증가로 펫팸족이 꾸준히 늘면서 관련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아지 치료비 적금, 병원할인 카드까지


KB금융그룹은 지난 7월 펫팸족 맞춤형 금융 솔루션인 'KB펫코노미 패키지'를 출시했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반려동물 전용 카드나 보험 등 단독상품을 출시했지만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전반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이 패키지에 담긴 스마트폰 전용 적금상품인 KB펫코노미적금은 계좌별로 제공되는 추천번호를 신규가입하는 타인이 입력하는 경우 각각의 계좌에 대해 연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본인 명의로 ‘KB국민 펫코노미카드’를 보유한 실적이 있으면 적금가입 시 제공되는 ‘KB펫코노미적금 금리우대 쿠폰’을 활용해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업무협약을 갖고 '신한 위드펫(With Pet) 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매월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1년 만기 적금 상품으로 ▲PET QR코드 등록 ▲동물등록증 보유 ▲펫 다이어리 사진 등록 등 우대금리 요건 충족 시 최고 연 2.0%의 이자를 제공한다. 

동물병원 등 가맹점에서 반려동물 치료 시 결제금액을 할인해주는 카드도 있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PET 카드’는 BC카드 등록 기준 300여개 동물병원과 애견카페·훈련소·미용실 등 4000여개 애완동물 가맹점에서 각각 10% 청구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반려동물 사료나 용품을 파는 마트 또는 온라인몰 5% 할인도 적용된다. 특히 반려동물 사진을 전면에 그래픽해서 발급하는 주문형 사진 카드(수수료 1만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제휴처에서 5% 현장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모바일 커뮤니티서비스인 '아지냥이'를 론칭했다. 아지냥이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한 정보와 수의사 일대일 무료 상담, 양육 팁(TIP), 반려동물 전용 모바일 게임 등을 제공한다. 산책량, 양치질 이력 등 매일 수행해야할 업무와 반려동물의 정서 증진을 위한 활동 등을 확인하고 전문가가 제작한 반려동물 건강정보도 'Dr.아지& Dr.냥이'를 통해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 출시에 한창이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은 반려견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또 개가 타인이나 타인의 개를 물어 다치게 했을 때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현대해상의 ‘하이펫 애견보험’은 개의 질병과 상해 치료비를 500만원까지 보장할뿐만 아니라 반려견이 죽었을 때 15만원을 장례비로 지급한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개는 물론 고양이도 가입할 수 있다. 수술과 입원 시 의료비를 보장해 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세대를 겨냥한 펫 금융이 떠오르고 있다”며 “사료비·미용비의 할인혜택을 주는 카드나 사고, 병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적금상품을 이용하면 반려동물에게 쓰는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본 따라 간다… 펫 신탁상품 커질 듯

유산이나 장례 관련 상품도 속속 출시된다. KB금융은 본인이 사망할 경우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한 유산상품을 출시했다. 반려동물 주인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면 본인 사후에 은행이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KB펫코노미신탁’이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만 19세 이상의 개인으로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 200만원 이상, 월적립식의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반려동물 신탁은 반려동물 장례시장이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펫 보험이 반려동물의 장례비를 일부 지원하지만 전문 업체와 제휴해 장례비용을 관리해주는 신탁 서비스가 필요해져서다. 

법안 개정도 신탁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를 부축인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사체는 사실상 폐기물에 속한다. 동물 장묘업자를 통해 화장하거나 혹은 자신 소유의 땅에 묻어야 한다. 무턱대고 산이나 평지에 묻으면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동물장례시설은 22곳에 불과하다. 동물보호법 시행으로 앞으로 동물장례시설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반려동물의 장례까지 지원하는 금융상품은 더 다양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미 일본은 펫팸족을 겨냥해 다양한 펫신탁을 판매 중이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은 펫신탁 상품인 '안심지원신탁'을 출시했으며 반려동물보험을 취급하는 니혼 페트아너스클럽의 '펫안심케어'는 보호자가 상품에 가입한 경우 회사가 대신해 관리회사(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해준다. 또 소액단기보험사인 아스모는 지난해 4월 '펫지킴이'라는 보험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보호자가 사망하면 반려동물 사육보험료을 최고 300만엔까지 지급한다.

은행 관계자는 “요즘 반려동물 양육은 자식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며 “반려동물 관련 보험, 카드, 신탁 등 상품을 눈여겨보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