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황일지. /자료사진=뉴시스
경찰 상황일지. /자료사진=뉴시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경찰서에서 무기를 탈취했다는 내용의 전남도경 상황일지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무장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계엄군의 발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지방경찰청은 11일 청사 오룡마루에서 브리핑을 갖고 '5·18 민주화운동 과정 전남경찰의 역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은 "국방부과거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에 인용된 전남도경 상황일지의 형식과 내용 등을 살펴보면 조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보안사가 보존하고 있는 전남도경 상황일지에는 5월21일 오전 9시 전남 남평지서, 같은 날 오전 8시 반남지서에서 무기가 탈취됐다고 기록됐다.


강 청장은 표지에 기록된 '全南道敬 狀況日誌'(전남도경 상황일지)의 '경'에 해당하는 한자가 잘못 표기돼 있는데다 도경이라는 명칭도 외부 기관에서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타자가 많지 않아 타이핑 문서도 흔하지 않았고, 상황일지를 타이핑 문서로 친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평지서 관계자가 당시 상황을 진술한 내용을 보면 오후 1시30분쯤 처음으로 무기를 피탈됐다는 내용을 접수한 것으로 나와 있다. 치안본부 감찰계에서 5·18 이후 조사를 벌여 작성한 감찰기록에서도 당시 시민들에게 무기를 빼앗긴 시각이 다르게 나와있다고 전달했다.

강 청장은 "치안본부 감찰계에서 작성한 기록이 30년간 비공개 된 뒤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었다. 당시 경찰관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본청의 감찰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나왔고, 이를 확인하다가 발견했다"며 "이 감찰 조사 결과와 전남도경 상황일지 내용을 보면 차이가 있어 조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총기를 탈취해 무장하고 발포해 자위권 차원에서 군 발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군의 도청 앞 집단 발포가 이뤄진 5월21일 오후 1시 이전까지는 시민군의 총기 발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민의 무기 탈취가 집단 발포 이전에 이뤄짐으로써 시민에 대한 군의 발포 행위가 '자위권 행사 차원의 정당한 행위'라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