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권사들이 앞다퉈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다. 동남아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베트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정책에 힘입어 신흥국 중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받는다. 증권사들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베트남 증시 엔진 ‘성장과 개방’


베트남의 경제규모는 매년 6%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6.3%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상기후로 농수산업이 역성장하고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광산업 침체로 정부의 연초 목표인 6.7%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높은 성장세다.

베트남은 젊은 노동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낮은 것이 강점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9400만명인데 경제활동가능인구의 평균연령은 30세가 안된다. 인건비는 한국의 15%, 중국의 3분의1 수준이다. 또 국민의 교육열도 강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1970년대를 생각하면 베트남이 보인다”고 말한다. 노동가능인구가 많은 데다 교육수준까지 올라가면 경제성장은 필연적이다. 세계은행이 2020년까지 베트남의 평균 GDP 성장률을 6.5%로 예상하는 이유다.


[머니S토리] 증권사 먹거리, 왜 베트남인가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FDI(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의 FDI 유입액은 2013년 89억달러에서 지난해 205억달러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외국인 총 투자등록액이 192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한국은 현재까지 57조원의 누적투자액을 기록, 베트남의 최대투자국이 됐다. 한국은 베트남 전체 FDI의 30%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은 경제발전과 함께 자본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의 시가총액은 867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 2005년 5억달러였던 데 비하면 170배 이상 커진 셈이다.

베트남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는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공산정권인 베트남정부는 2005년부터 외국인투자 지분한도를 30%에서 49%로 완화하고 국영기업의 증시상장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500개 이상의 국영기업이 증시에 입성했고 2015년에는 아예 외국인투자 지분한도를 100%로 늘렸다.


지난 8월에는 주식거래시장 외에 파생상품시장이 열려 주가지수선물과 국채선물 등도 거래한다. 그 결과 전체 증권계좌수는 171만개로 늘었고 주가지수도 꾸준히 상승세다. 베트남판 다우지수로 불리는 VN지수는 지난 12일 기준 815선을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하락 없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VN지수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대외 불안감이 커졌음에도 조정 폭이 적었다”며 “베트남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견조한 펀더멘탈 등이 증시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S토리] 증권사 먹거리, 왜 베트남인가

◆베트남, 동남아 진출 포석 차원

급속도로 성장하는 베트남 자본시장은 국내증권사에 기회로 다가왔다. 선진국시장은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이 대부분 점유했고 국내시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은 아직 주식 중개수수료와 담보대출이 주 수입원인 시장이어서 개척할 분야가 많다.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유다.
증권업계 1위(자기자본 기준)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베트남법인에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 자본금 규모를 1000억원으로 늘렸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증권 시절인 2007년 홍콩법인 내 합작회사 형태로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증자 후 미래에셋대우는 베트남에서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IB, PI(자기자본투자) 등의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통합 이전인 우리투자증권 시절 베트남증권사 CBV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추가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현지주주들과 합의하고 후속작업을 진행하다 지난달 15일 잔여지분 51%를 모두 인수했다. 지난 10일에는 어드바이저리(Advisory) 본부장이던 문영태 상무를 베트남법인 PMI 추진단장으로 임명하고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증권도 베트남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했다. 지난 9일 매리타임증권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진 구성과 지분 99.4%에 대한 주식 양수도를 완료했다. 이어 10일에는 KB증권이 매리타임증권 인수와 관련해 베트남 국영증권위원회(SSC)의 최종인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현지증권사인 EPS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한 뒤 44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지분율을 92.3%로 확대했다. KIS베트남에서 한국형 HTS를 바탕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상위 5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베트남법인을 출범하고 은행·카드사와 협업해 모바일·스마트·금융복합채널을 활용한 차별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IB사업을 창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에서 큰 수익을 노리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투자는 베트남에서 4억5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3억6000만원 적자를 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14억원,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베트남 증권사가 76개나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자본시장이 짧은 기간 급격하게 성장했음에도 규모가 여전히 국내시장의 10분의1 수준에 그치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 증권사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우리는 단기에 수익을 내려는 게 아니라 10년 이상 멀리 바라보고 있다”며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동남아시아 전역에 한국증권사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