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카드사 계약해지까지 거론…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가 4곳의 신용카드사에 가맹점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로부터 공문을 받은 대다수 카드사는 쌍용차 요구에 못이겨 가맹점수수료를 낮춰준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쌍용차가 갑질 행위를 한 정황도 포착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인하 안하면 계약 해지”

<머니S>는 쌍용차가 ‘가맹점 계약 유지(갱신)를 위한 업무협조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신용카드사 4곳에 보낸 공문 2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사진참조). 공문엔 가맹점수수료율을 기존보다 내리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협상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눈여겨볼 부분은 A카드의 공문내용이다. 쌍용차는 지난 7월25일 A카드에 ‘가맹점 계약유지를 위한 업무협조 의뢰’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3%포인트 내린 1.55%로 재계약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그런데 쌍용차는 공문을 통해 “기한(7월31일) 내 회신이 없을 시 귀사(A카드)와 더 이상 계약관계를 지속하기 곤란하다”며 “A카드를 비롯한 B카드사 등 모든 회원사에 계약해지를 진행할 수밖에 없음을 각별히 양해해달라”고 통보했다. A카드와 가맹계약을 맺은 쌍용차가 A카드와 관련 없는 다른 카드사(B카드의 회원사)의 계약 건까지 공문을 통해 거론한 것이다.


[단독]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월 B카드를 통해 A카드에 가맹점수수료율 조정을 요구했고 이 회사는 “타사(다른 카드사)의 최종협의 결과를 보고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B카드를 통해 쌍용차에 전달했다. A카드가 B카드를 통해 입장을 밝힌 건 A카드의 가맹계약을 B카드가 맡고 있어서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쌍용차는 지난 4월19일 A카드를 포함해 합의가 안된 C, D카드에도 ‘가맹점 계약갱신을 위한 업무협조 의뢰’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후 쌍용차는 C, D카드와 가맹점수수료율 조정에 합의했지만 A카드와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쌍용차는 A카드에 0.3%포인트 인하된 1.55%의 수수료율을 요구했지만 A카드는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1.85%를 제안했다.

이에 쌍용차는 A카드에 지난 7월31일까지 최종합의가 안되면 B카드와도 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이럴 경우 A카드는 물론 B카드와 계약한 다른 신용카드사까지 자동으로 쌍용차와 계약이 해지된다. 대형가맹점인 쌍용차가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쌍용차와 A카드는 지난달 말 가맹점수수료율을 1.85%로 낮추는 데 최종합의했다. 앞서 C카드 역시 수수료율을 1.85%로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D카드의 경우 기존보다 소폭 내렸지만 1.85%보다는 다소 높은 수수료율로 최종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가맹점의 갑질, 골치아픈 카드사

이처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압박에 카드사들은 매번 골머리를 앓는다.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와 가맹계약 시 기존보다 대폭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해서다. 결제건수와 결제금액이 높은 대형가맹점과의 가맹계약이 끊기면 카드사로선 수수료수익을 낼 수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엔 시도 때도 없이 대형가맹점들이 수수료율을 낮추라며 공문을 보내왔다”며 “2012년 초 수수료율 산정체계가 변경된 후 그나마 나아졌지만 아직도 대형가맹점들은 합당한 근거 없이 수수료율을 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율 인하 압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말 가맹점 계약이 만료된 카드사에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라는 공문을 보낸 현대차는 2014년 말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문을 카드사에 보냈다. 이에 카드업계가 반발했고 금융위원회는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가맹계약 과정상 카드사를 대상으로 한 대형가맹점의 ‘갑질’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 쌍용차가 A카드에 다른 카드사의 계약 건을 거론한 점이 대표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쌍용차가 실제로 다른 카드사의 계약까지 끊진 않겠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신한·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8월 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때의 주요 쟁점도 대형가맹점의 갑질이었다.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계약 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를 압박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해선 안된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맹점수수료율은 서비스업의 가격인데 이는 제조업의 가격과 달리 원가가 불분명하다”며 “따라서 쌍용차가 요구한 수수료율(1.55%)이 부당한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계약과정에서 쌍용차가 보인 태도는 대형가맹점으로서 갑질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맹점은 기본적으로 카드사에 수수료율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인하요인이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매년 2월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갱신하는데 A카드의 경우 쌍용차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그래서 ‘최후의 방법’으로 7월에 공문을 보냈던 것”이라며 “A카드와 지난달 말 최종 합의하며 모든 카드사와 협의를 끝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쌍용차가 카드사를 상대로 갑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