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S DB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S DB
증권업계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위주로 사업이 재편되면서 양극화 심화가 예고된다. 이달 말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을 앞두고 중소형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초대형 IB가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면 무료 수수료 등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 감소가 불가한 중소형증권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릴 전망이다.

◆‘약육강식’ 본격화된 증권업계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중소형증권사들이 대체투자 강화와 틈새시장 공략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핵심적인 변화로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발행어음사업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상품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는 대형증권사가 발행어음사업까지 인가받게 되면 ▲ELS(주가연계증권)와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의 헤지자산 및 담보관리 부담이 없어지는 점 ▲발행공시와 신용평가 등 공모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수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김선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생결합증권의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어서 발행어음 도입은 대형증권사의 자금조달 위험을 감소시키는데도 일조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 동원력과 경쟁력을 앞세운 초대형 IB가 출범하면 앞으로의 시장지배력은 대형사들 위주로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뜩이나 무료 수수료 경쟁, 신용이자율 인하 등으로 증권사의 기존 주력 수익원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중소형증권사들의 경우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경쟁은 중소형증권사의 이익 기반을 약화시킨다”며 “이 같은 환경은 IB, 트레이딩 등 다른 수익원을 통해 생존이 가능한 대형증권사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사, 열쇠는 ‘수익 다변화’

중소형증권사들은 이 같은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초대형 IB 등장을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확대에 나서는 대신 기존에 두각을 드러내던 사업분야의 IB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말 구조화투자금융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교보증권의 IB조직은 기존 IB금융본부, 구조화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외에 투자금융본부까지 더해져 총 4개 조직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 항공기와 신생에너지 등 해외대체투자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발굴하는 등 새로운 영업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IB부문의 체질개선을 통한 역량 강화로 수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부문에서 증권사 IB 본연의 영역인 인수·주선 비즈니스 규모를 키우고 동시에 우발채무는 줄여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계획이다. 이외에도 기업금융부문을 강화해 수익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성장성 있는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IB 업무를 특화하는 등 기존의 강점을 살릴 예정이다.

또한 KTB투자증권은 회사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IB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대체투자로 틈새시장을 찾을 계획이다. 이에 증권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에서 중소형증권사가 대형증권사를 상대로 경쟁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중소형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지만 현재로선 특화된 부분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출범이 중소형증권사들의 기존 시장을 빼앗는 게 아니라 대형증권사에게 신규 수익원이 생기는 것”이라며 “양극화를 줄이려면 중소형증권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