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경찰서.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소재 사건 현장에 현장 검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중랑경찰서.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소재 사건 현장에 현장 검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가 딸의 친구 A양(14)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에 대해 담당 경찰관들이 지침을 위반했으며 관리 책임자들은 지휘·감독에 소홀했다는 감찰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25일 '중랑경찰서 여중생 실종신고 사건' 감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현장 경찰관들이 실종사건 대응 지침을 위반하고 조희련 중랑경찰서장 등 관리 책임자가 지휘·감독에 소홀했던 점이 인정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청은 의무 위반 사실이 밝혀진 조 서장의 경우 인사 조치, 경정급 이상 2명(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 112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은 징계위원회 회부, 경감 이하 6명(여청수사팀장, 여청수사팀 2명, 순찰팀장, 순찰팀원 2명)은 징계위 회부 및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청문담당관실은 조 서장, 상황관리관, 여청과장 등 9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실종아동 등 업무 처리 규칙 ▲실종아동 안전 매뉴얼 ▲실종수사 업무 체계 개선 계획 ▲112신고접수·지령 매뉴얼 등을 위반했는지 사건 현장 CCTV와 최초 신고자인 A양 부모 등을 통해 조사했다.

청문담당관실은 우선 여청과가 '코드1' 상황에서 지침대로 긴급 출동하지 않았으며 조 서장에게 지연 보고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112종합상황실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A양의 부모에게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임박'을 의미하는 '코드1' 지령을 발효했다. '코드1' 지령이 내려질 경우 긴급 출동을 해야 한다. 여청과는 어떤 사건인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112종합상황실의 긴급 출동 지시에 "알겠다"고 무전으로 허위 보고하고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청과는 감찰 조사 당시 출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실종사건이 강력 범죄와 연관성이 의심될 경우 서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여청과장은 지난 4일에서야 조 서장에게 보고했다. 수사 총책임자인 조 서장이 A양이 실종된 지 나흘 만에야 강력 사건을 인지한 것이다.

청문담당관실은 신고 당일 근무 상황관리관이었던 중랑서 청문담당감사관이 실종아동 신고를 받고도 현장 경찰관을 상대로 수색 장소 배정 등 구체적 업무 지시에 소홀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 112 신고를 하고 같은 날 오후 11시45분쯤 중랑서 망우지구대를 방문했다. A양의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A양과 마지막으로 만난 이씨의 딸과 통화하며 경찰에 실종자의 인상착의와 이름을 얘기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아 핵심 단서를 확인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A양 어머니의 신고 접수를 받은 망우지구대 경찰관은 A양의 행적에 대해 묻지 않았다. 심지어 지구대 측은 "통화를 했더라도 (지구대 안이) 소란스러워 잘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CCTV에 따르면 당시 지구대를 찾은 시민은 4명뿐이었고 의자에 앉아 있으며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A양 어머니의 신고 접수를 받은 망우지구대 경찰관은 감찰 조사 당시 "(A양의 행적을 묻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망우지구대는 A양의 행적에 대해 중랑서 여청과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청과는 지난 1일 오후 9시30분쯤 A양 어머니과의 통화에서 "딸이 (이씨의 딸인) 이양과 만났다가 헤어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같은 날 낮 12시30분쯤 A양은 이씨에게 수건과 넥타이로 목이 졸려 살해당했다.

경찰은 지난 2일 망우동 일대 탐문수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A양이 이양과 만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날 오전 11시쯤 이씨의 자택을 찾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씨와 이양은 살해한 A양의 시신을 전날 강원 영월군 야산에 유기하고 서울 도봉구 은신처로 이동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청문담당관실은 조 서장에 대해서도 총괄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