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수원시에 사는 A씨(27·남)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 아프리카TV 앱으로 ‘먹방’(먹는 방송)을 시청한다. A씨는 “밤에 음식을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출출해도 참는다. 대신 다른 사람이 먹는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B씨(29·여)는 자칭 ‘코덕’(코스메틱+오타쿠)이다. 그는 화장법을 바꾸고 싶을 때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고 때론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도 구매한다. B씨는 “제품 구매 전 동영상으로 미리 새로운 화장품 사용법을 살펴볼 수 있고 평가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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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내년에는 왝더독(Wag the dog)현상이 속출할 겁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8년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왝더독 현상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김 교수는 내년엔 1인 미디어가 주류매체보다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아프리카’를 검색하면 아프리카대륙보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업체인 아프리카TV가 먼저 등장한다. 1인 미디어와 이들을 관리하는 MCN이 그만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폭발하는 1인 미디어
1인 미디어는 개인이 대중화된 스마트 기기에 기반을 두고 자신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1인 미디어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가의 촬영 장비나 네트워크가 필요없어 방송 송출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줄었다. 현재 국내 1인 미디어 시장 규모는 2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며 2020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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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를 제작하는 창착자 ‘크리에이터’도 하나의 직업이 됐다. 이들이 등장하는 유튜브·아프리카TV·카카오TV·팟캐스트·다이아TV 등은 하나의 문화산업이 됐다. 대표적인 1인 미디어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800억원에 달했다. 업계는 아프리카TV가 올해 약 20% 더 성장해 매출 9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1150억원, 2019년에는 13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월에 발생한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가운데 동영상데이터가 5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1인 미디어가 얼마나 큰 시장이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산업은 새로운 ‘스타’를 만들었다. ‘밴쯔’, ‘대도서관’, ‘윰댕’ 등 유명 콘텐츠제작자들은 기존 미디어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젊은 층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나는데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을 직접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MCN기업도 그 세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CJ E&M·트레져헌터·판도라TV 등 100여개 사업자가 이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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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선정성·폭력성 자율에 맡길 수 없어
1인 미디어와 MCN산업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산업이 갑자기 생겨나고 성장한 탓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제어하고 해결할 규제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 8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신태일’과 ‘갓건배’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두사람은 각자 동영상에서 서로를 공격했다. 협박과 혐오발언 그리고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인 미러링으로 위협수위를 높였다. 둘은 결국 유튜브로부터 계정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해당 동영상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뒤였다. 이밖에도 홍대 거리에서 즉석 만남을 제안하는가 하면 만취상태에서 욕설을 퍼붓는 방송도 부지기수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관련 업계가 적절한 규제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들은 “1인 미디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2차, 3차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현재는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고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인터넷 개인방송의 불법적이고 유해한 정보 유통을 막으려면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 등 불법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어 더 이상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사실상 불가능… 공생방안 모색해야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규제로 모든 콘텐츠를 제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개인 인터넷방송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유해정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 방송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측은 “하루 수백만 건에 달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규제를 가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MCN협회 한 관계자는 “콘텐츠의 가치 판단을 국가가 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월권행위”라며 “표현의 자유는 예전부터 있었고 모바일 시대를 맞아 형태가 새롭게 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인 미디어와 적절한 공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 전문가는 “1인 미디어와 MCN산업의 성장은 단순한 열풍이 아니라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고 흐름”이라며 “콘텐츠제작자가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규제를 가하는 것보다 문화와 산업 측면에서 이로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