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지난 3일 “CJ헬스케어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다음달까지 실사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 3월쯤 절차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매각이 이뤄지면 CJ는 33년 만에 제약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CJ, 33년 만에 제약사업 철수
CJ는 1984년 CJ제일제당을 통해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사업을 시작했다. CJ헬스케어는 2014년 4월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설립한 법인으로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5208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으로 국내에선 업계 10위권 안에 드는 제약사다. 하지만 제약업은 특성상 막대한 투자를 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CJ그룹의 다른 사업에 비해 규모도 작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제약사업 매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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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신약개발을 위해선 10년가량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투자=성과’로 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미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임상 1상부터 최종 상품화까지 성공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제네릭(복제약)에 주력하기에는 국내에 상장된 제약사만 90여곳에 이를 정도로 플레이어가 넘쳐나 이미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 CJ’를 넘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제약사업은 이 목표 달성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분야다.
반면 SK와 LG는 제약사업을 미래성장동력의 한축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LG화학은 그룹 내에서 제약사업을 담당하는 LG생명과학을 올 초 합병해 단계적으로 연간 3000억~5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장기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가시적 성과도 나왔다. 2012년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가 월 처방액 7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하루 한알로 관리할 수 있는 ‘제미로우’를 출시해 당뇨병치료제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지난 2일 LG생활건강을 통해 기미·주근깨치료제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피부외용제 전문기업 태극제약 지분 80%를 446억원에 인수해 일반의약품 전문성도 강화했다.
◆LG·SK, 제약·바이오사업 집중 육성
SK그룹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사업을 꼽고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SK케미칼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LG와 달리 하나로 합치는 게 아니라 분할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기면증과 뇌전증(간질) 등 중추신경계분야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SK바이오텍은 지난 7월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소재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등 원료의약품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SK케미칼은 다음달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사업회사를 화학부문과 제약부문으로 분할해 세포배양백신(독감·대상포진 등)과 혈액제 등을 집중적으로 키울 방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은 전문성과 끈기가 필요한데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진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과가 나는 사업이 아니다”며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각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성장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