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한 모습. /사진=뉴시스 DB
한 아파트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한 모습. /사진=뉴시스 DB

겨울철 ‘결로(結露·이슬 맺힘)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결로는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내부 벽이나 천장, 창문 등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말한다. 심할 경우 곰팡이가 생겨 피부나 호흡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로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시공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다수 건축주나 건설사들은 결로를 시공상 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매년 겨울이면 임차인과 임대인, 입주민과 건설사 간의 ‘결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 마를 날 없는 입주민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신축 원룸에 입주한 석모씨(28)는 입주 반년 만에 결로 피해를 겪었다. 석씨는 “결로로 인해 곳곳에 곰팡이가 생겼다. 집에 들어서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신발에도 곰팡이가 펴서 버려야 했다”며 “2018년식 건물에 첫입주인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정모씨(5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입주 첫해에 결로 피해를 겪고 곰팡이가 핀 옷과 신발, 가구를 싹 버렸다”며 “업체를 불러서 벽을 뜯어보니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가 텅 비어 있었다. 분양 전까지 시공 문제를 알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한 경우 벽면 전기 콘센트에도 물방울이 맺어 새어나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또 현관문 주변 도어락(전자 잠금장치) 부속품에 물이 맺혀 기계가 먹통이 된 사례도 있다.

결로 현상으로 인해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석모씨 제공
결로 현상으로 인해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석모씨 제공

결로 현상의 원인은 시공상 단열 처리 미흡, 부적합한 단열재 및 창호재 사용 등이 꼽힌다. 특히 단열재 두께가 100mm도 안 되거나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경우, 단열재 틈새로 외부의 냉기가 들어오는 '열교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곧 결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건축주나 건설사가 건설 비용과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날림 시공을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신축 건물의 결로 피해가 구옥보다 훨씬 빈번하다. 대부분이 단열재 마감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피해”라며 “그 사실을 모르고 입주한 피해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단열재 보강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관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 /사진=정모씨 제공
현관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 /사진=정모씨 제공

◆결로 피해 보상 방법은?

결로 피해를 해결 혹은 보상받을 방법은 없을까. 임차인의 경우 본인의 과실이나 잘못이 없다면 임대인에게 보수나 보수액을 요구할 수 있다. 곰팡이 제거 비용뿐 아니라 곰팡이가 퍼져 못 쓰게 된 옷과 가구 등에 대한 피해보상도 가능하다.
민법 632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만일 임대인이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손해에 대한 근거자료(견적서, 영수증)을 첨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주나 건설사를 통해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 결로 현상의 원인이 시공 결함에 있는지 규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측은 입주민의 부주의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입주민이 환기를 자주 안하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결국 입주민은 민사소송을 제기해 장기간 법적공방을 하거나 분쟁조정위에 신청해 시공사의 잘못이라는 점을 입증받아야 한다. 특히 하자담보책임기간인 2년이 지나서 입주했을 경우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국토부는 지난 2016년 8월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결로 현상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3년으로 확대했지만 이는 ‘2016년 준공 건물’부터 적용된다.

지난 3년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분쟁 건수는 총 1만100건이다. 이 가운데 결로 피해와 관련된 분쟁은 13.8%로 전체 분쟁 중 두번째로 많았다. 

◆결로 현상 방지하려면

단열이 잘 돼 있는 집이라도 입주자의 관리 여하에 따라 결로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로 현상으로 발생하는 곰팡이는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냄새와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한다. 따라서 평소 결로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에 신경써야 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하는 겨울철 적정 온·습도는 각각 18~20도와 40% 수준이다. 적어도 온도는 20도 이하, 습도는 50~60%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실내 습도가 70%를 넘으면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실내에 빨래를 넣어놓는 경우 습도가 높아지니 유의해야 한다.

또 벽에 가구를 딱 붙여놔도 결로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벽에서 가구를 떨어뜨려 놓아야 바람이 잘 통해서 내부에 습기가 차지 않는다.

벽지에 생긴 결로를 방치해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정모씨 제공
벽지에 생긴 결로를 방치해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정모씨 제공

결로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환기다. 하루 세번 10분씩 창문을 열어 환풍하는 게 바람직하다. 욕실의 경우 창문을 통해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 샤워 후에는 욕실 문을 닫은 상태로 환풍기를 20분 이상 가동해 수증기를 날려보내는 게 좋다.
결로가 생기면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창문이나 벽에 생긴 물방울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 된다. 이후 환기하거나 선풍기 및 제습기를 틀어 닦아낸 부분을 잘 말려야 한다.

특히 창문에 결로가 생기면 창문 아래로 물기가 흘러내려 곰팡이가 생긴다. 이때는 마른 걸레에 중성세제를 푼 물을 묻혀 창문 유리를 닦아내는 게 좋다. 유리에 코팅 막이 생겨 습기 방지 효과가 있다.

만일 물이 흘러내릴 정도라면 창문 모서리마다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 제습기나 단열 에어캡(일명 뽁뽁이), 문풍지 등 단열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곰팡이를 없애는 데는 구연산이 효과가 좋다. 분무기에 물 200ml와 구연산 한 숟가락을 넣고 벽면에 뿌려 닦아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