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간지대회 우승자 유비. /사진제공=블랭크코퍼레이션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에스프레소 커피에 우유를 섞은 ‘라떼’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적이나 충고할 때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비유한 신조어다. ‘신인류’로 평가받던 X세대조차 ‘꼰대’ 취급을 받으며 라떼마니아가 되는 세상이다. 이른바 ‘밀레니얼·Z세대’로 명명된 어린 세대가 트렌드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두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하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은 현 시대의 젊은 세대가 가진 공통점이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출생시기를 통해 두 세대를 가른다.
1980~2000년 초반 출생한 인구를 밀레니얼세대로 지칭하며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초 태어난 이들을 가리켜 Z세대로 구분한다. 1990~2000년 초에 태어난 세대들은 밀레니얼과 Z세대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지만 최근에는 ‘성인’과 ‘미성년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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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간지대회 참가자들이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랭크코퍼레이션 |
◆Z세대의 중심 오로지 ‘나’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환경에 노출됐다. 2000년 초반 초고속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될 당시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TV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보며 자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달을 몸소 경험한 세대인 만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해가는 격동기를 보낸 밀레니얼세대와 다른 문화적 양상이다.
부모세대인 X세대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 및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안정·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독립심과 개인주의에 실용성까지 더해지면서 소비·문화트렌드도 기존세대들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휠라 어글리 슈즈 디스럽터2. /사진제공=휠라코리아
디지털환경과 함께 자란 만큼 어느 세대보다 뛰어난 멀티태스킹 능력도 지녔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 적당한 백색소음을 즐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환경을 지속하기 위해 틱톡, 스냅챗 등 짧고 재밌는 형태의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포털사이트 대신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도 간결하고 차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특히 Z세대의 중심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숨겨진 브랜드를 발굴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Z세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구매 형태가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강한 소비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기보다 정보를 직접 검색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정 내 소비주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용성도 Z세대만의 특징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Z세대의 67%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주체성이 강하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Z세대는 정해진 소비여력이 낮고 대면 구매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언택트 오프라인 소비를 즐긴다”며 “동영상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틱톡 같은 스낵컬쳐 플랫폼을 선호하고 그 기반에 맞춰 소비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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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Z세대 모셔라”… 다시 뜬 O2O
최근에는 기업도 Z세대를 주 소비층으로 인식하고 관련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Z세대의 주요 관심분야인 ‘패션’에서 그 트렌드를 읽어볼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산업군에서 자주 활용했던 O2O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Z세대의 소비트렌드를 대변하는 단어로 쓰인다.
온라인몰 무신사가 첫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홍대 애경타운 17층에 무신사테라스 1호점을 연 무신사는 올 가을 정식오픈을 앞두고 8월8일부터 프리오픈 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약 5000여명이 다녀가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Z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설정한 휠라는 어글리슈즈 ‘디스럽터2’를 출시하며 국내에서만 100만족 넘게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에 촌스럽고 투박하다고 느꼈던 어글리슈즈가 Z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와 부합하면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 지난해 휠라코리아는 매출 2조9546억원과 영업이익 3571억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 연구위원은 “Z세대를 타깃으로 할 경우 해당 브랜드나 제품이 트렌드한 이미지를 갖게 돼 3040세대 등 다른 소비주체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며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기업입장에서는 필요한 투자”라고 분석했다.
O2O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미디어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자체 제작한 패션 서바이벌오디션인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통해 Z세대와의 접점 찾기에 나섰다. 유튜브 최대규모로 진행된 이 오디션은 방송 한달 보름 만에 누적조회수 2500만건 돌파와 약 13만명의 구독자를 유치하는 등 강력한 파급력을 보였다.
임경호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Z세대는 모바일 플랫폼을 쉽게 인식하고 넓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미디어, 채널, 쇼핑몰 등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는 밀레니얼세대와 다르다”며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콘텐츠 소비시장에서 가장 상단에 위치한 Z세대와 소통하며 콘텐츠의 영향력과 파급을 실험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