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이 장악한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 네이버 ‘웨일’이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구글 ‘크롬’이 장악한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 네이버 ‘웨일’이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구글 ‘크롬’이 장악한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 네이버 ‘웨일’이 도전장을 던졌다. 2012년 이후 재편된 오픈소스 ‘크로미움’ 기반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웨일의 무기는 ‘유저 퍼스트’(user-first)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익숙한 이용자를 위해 모바일의 사용성을 PC로 가져왔다는 강점을 토대로 3년 내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크롬에 본좌 내준 IE… 기본에 충실한 ‘크로미움’

2008년 등장한 크롬은 국내·외 웹브라우저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4월 기준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점유율은 PC 67.53%, 모바일 63.17%다. 국내에서도 크롬 점유율은 50%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과거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은 사실상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독점했다. IE가 인터넷 그 자체를 대변하던 시기였다.

IE가 완벽한 웹브라우저였던 것은 아니다. 브라우저 엔진으로 채택된 ‘트라이던트’는 웹 표준 언어 HTML5와의 호환성이 떨어져 해당 언어 기반의 콘텐츠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꼭 필요한 기능 실행을 위해서도 액티브X 등 각종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불편함은 둘째치고 보안취약점이 쌓이면서 사이버위협에 노출될 우려가 컸지만 이용자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은옥 기자
가볍고 안전한 웹브라우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던 시기 구글은 ‘크롬’을 선보였다. 크롬의 기반이 된 ‘크로미움’은 브라우저 본연의 기능인 속도와 보안에 충실했다. 필요한 부가기능은 이용자가 직접 웹스토어에서 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 자동으로 뜨는 광고를 차단하고 싶다면 웹스토어에서 애드블록(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HTML5와 호환성이 높은 것이 크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덕분에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 상에서 바로 콘텐츠 실행이 가능하다. 실제 크롬은 출시 직후 HTML5와의 호환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555점 만점에 269점을 기록했다. 당시 IE는 절반도 안 되는 113점이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IE와 비교해 속도도 빠르고 보안도 우수했던 크롬으로 자연히 이용자가 넘어갔다”며 “구글이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전했다.

속 같지만 겉 다르다?… 크로미움 기반 웨일 “모바일 사용성 PC로 가져와”

크롬을 통해 입증된 크로미움 오픈소스의 성능은 빠르게 글로벌 웹브라우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IE로 인터넷을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2015년 IE를 대체할 브라우저 ‘엣지’를 출시하며 크로미움 대열에 합류했다.

네이버가 2017년 선보인 ‘웨일’도 오픈소스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 특성상 기술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많은 이들이 기여해 다시 기술이 고도화되는 구조”라며 “크로미움 바탕으로 각자가 어떻게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웹브라우저 엔진을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ISA 관계자도 “화상회의에 필요한 RTC(Real-Time Communication·실시간 통신기술) 기능이 제한되는 IE 대신 크롬이나 웨일을 선택하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브라우저 사용이 늘면서 각 브라우저가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웨일은 PC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페이지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깨지지 않도록 그대로 구현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웨일은 PC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페이지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깨지지 않도록 그대로 구현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웨일 역시 모바일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PC로 가져왔다는 차별성으로 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들 사이에서 승부수를 뒀다. PC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페이지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깨지지 않도록 그대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디바이스나 OS에 상관없이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린드랍’ 기능이나 PC 웨일에서 검색한 업체에 ‘전화걸기’ 버튼을 누르면 휴대전화로 번호가 전달되는 ‘PC전화’ 기능을 추가해 모바일과 PC의 연결성을 높였다.

웨일 서비스를 이끄는 김효 책임리더는 “모바일이 대세가 된 지금도 많은 브라우저가 아직 PC에 최적화돼 있다”며 “모바일 시대 브라우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 PC 사용성을 재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유저 퍼스트’라는 방향성 아래 국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기 위한 ‘웨일 연구소’도 설립했다. 일종의 고객센터라 볼 수 있는 웨일연구소는 이용자 의견을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웨일 관계자는 “웨일이 무료로 제공하는 화상회의 솔루션인 ‘웨일온’은 열흘 남짓 동안 무려 업데이트가 10번 이뤄졌다”며 “수업할 때 칠판의 판서가 좌우반전된다는 교육현장에서 제기된 불만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좌우반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웨일은 국내 이용자에 최적화된 기능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무기 삼아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갔다. 4월 기준 PC와 모바일을 합친 통합 점유율 7.73%를 기록하며 크롬과 삼성인터넷, 사파리의 뒤를 이었다.

웨일의 위젯 '집중하라냥'은 작업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방해사이트 경고 및 차단 앱으로 이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해 유용하다. /사진제공=웨일
웨일의 위젯 '집중하라냥'은 작업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방해사이트 경고 및 차단 앱으로 이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해 유용하다. /사진제공=웨일

“브라우저 생태계 더 다양해져야”

전문가들은 웨일과 같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웹브라우저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몇몇 웹브라우저만 존재하면 사용자를 위한 정책 변경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때 독점적 우위를 점했던 IE가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2009년 IE8을 선보인 지 2년이 지나서야 다음 버전인 IE9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크롬이 2011년 한해 동안에만 업데이트를 8번 실시한 것과 대조된다. MS가 새 브라우저를 출시하지 않겠다며 브라우저 개발팀을 해체했던 것도 이미 유명한 일화다.

업계 관계자는 “웹브라우저는 디지털 시대의 인프라다. 키오스크와 엘리베이터 터치스크린 시스템 기저에도 모두 웹브라우저가 있다”며 “단순히 인터넷 사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용도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면 다양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웨일, 이 사이드바 위젯과 찰·떡·궁·합
웨일 이용자는 주로 ▲네이버 캘린더 ▲네이버 메일 ▲네이버 증권 ▲밴드 ▲네이버 Keep ▲네이버메일 ▲네이버 카페 새글알림 ▲네이버쇼핑 최저가 비교 등 네이버 앱을 사이드바 위젯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이밖에 ▲유튜브 ▲페이스북 메신저 ▲단어은행 ▲택배 배송 조회 ▲집중하라냥 ▲게임 ‘2048’ ‘Flappy bird’ 등의 확장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집중하라냥’은 작업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방해사이트 경고 및 차단 앱으로 이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해 유용하다.


이용자가 사용하고 싶은 앱이 있다면 ‘웨일 확장앱 콘테스트’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