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정점이 다가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유행 정점이 다가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최다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3월 중순 누적 감염자 수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 감염률 20% 육박도 시간 문제다.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이었던 마스크를 벗고 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1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잠정 중단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지나면 본격적인 완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유행 정점이 다가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에서 일군 성장을 다른 전략으로 엔데믹(풍토병화)에서도 이어가려는 포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세 이어간다… 바이오 빅3 전략은

‘바이오 빅3’는 팬데믹 국면에서 확실한 사업 성과를 일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린 바이오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각각 1조8908억원의 매출과 753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모두 역대 최대규모의 실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연간 매출 9290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가시권에 뒀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57% 급증한 4742억원을 작성했다.

이들은 엔데믹 상황에선 코로나19 관련 사업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새 전략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검증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 독자 개발 역량 ▲신약 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확보해 CDMO·바이오시밀러·신약을 3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바이오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1034만1852주) 전체를 23억달러(약 2조7655억원)에 인수하면서 신약 개발 투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CDMO 생산 시설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4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도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국내 유일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도 본격적인 엔데믹 준비에 나섰다. 우선 보다 다양한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근 호주에서 실시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CT-P63’의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하고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오미크론 등장 이후 수요가 급증한 자가진단키트 공급도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보유한 총 11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상업화 완료 5개, 개발 단계 6개) 중 최소 5개 제품에 대해서 2023년까지 출시 지역을 확대하거나 신규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후속 파이프라인(개발제품)으로 CT-P39(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41(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3(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엔 류마티스 치료제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CT-P47의 임상 1상을 개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비롯해 코로나19 및 독감 백신을 동시 예방하는 콤보 백신 개발 등 신규 백신 플랫폼 확보와 인프라 확장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글로벌 백신·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한다.

차세대 기술로 떠오른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연구개발을 가속화한다.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mRNA 플랫폼 연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관련 기업들의 mRNA 핵심 기술을 라이선스 계약으로 빠르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mRNA 자체 특허 및 개발 노하우를 확장,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까지 아우르는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개발(R&D) 및 생산 인프라를 확장, 중장기 성장을 위한 토대도 구축한다. 약 3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인천 송도에 2024년 4분기 완공을 목표로 글로벌 R&PD(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센터를 신축한다. 

백신 생산 시설을 보유한 L하우스는 2024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 제조 설비를 증설하고 신규 백신 플랫폼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L하우스 인근에 조성 중인 경북바이오 2차 일반산업단지 내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공장 규모를 확장한다.
전통의 제약기업들도 엔데믹 전략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을 통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유한양행 사옥./사진=유한양행
전통의 제약기업들도 엔데믹 전략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을 통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유한양행 사옥./사진=유한양행

전통 제약사, 바이오벤처와 오픈 이노베이션 속도

전통의 제약기업들도 엔데믹 전략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을 통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R&D 비용 부담을 줄이고 상업화도 빠르게 이룰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주목한 것.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기업으로 꼽힌다.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후 공동연구를 하거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에스엘백시젠, 지엔티파마, 에임드바이오, 프로큐라티오, 테라베스트 등 8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쾌거를 이룬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 덕분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해 2018년 글로벌 제약기업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SK케미칼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전략을 본격화한다. 지난 2월 기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하던 ‘오픈 R&D TF’를 정규 조직인 ‘오픈 이노베이션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미래 지향적 R&D 혁신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오픈 이노베이션팀은 SK케미칼의 연구개발을 관장하는 연구개발센터 산하에 정규 조직으로 편성되며▲신약개발 ▲AI(인공지능) ▲투자·파트너링 등 3가지 파트에서 전
담 인력이 상시 업무를 수행한다.

바이오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CJ제일제당도 지난해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기존에 보유 중인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차세대유전체분석(NGS) 사업을 비롯해 유전체 진단·CDMO·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사옥./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사옥./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넥스아이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 및 중장기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넥스아이는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신생 바이오벤처다. 신규 면역치료 불응성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중화항체 활용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하면서 신약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7월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에 1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신약 임상개발 전문회사 아이디언스, 임상약리컨설팅 전문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설립하면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면 대형 제약사는 투자를 통해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고 기존에 가진 인프라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