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

최근 유언장의 효력이나 작성방법에 관한 문의가 잦다. 과거엔 자녀들에게 남길 자산이 많거나 사회에 기부하는 등 생전에 특별한 유지(遺旨)가 있던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유언이 이제는 '웰다잉'(Well-Dying·연명의료결정법) 문화와 함께 나름 보편화되는 듯하다.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식이 있다. 민법 제1065조 이하에 그 요건을 정하고 있다. 판례는 규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유언함에 있어 요건과 기재사항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갖춰야만 한다.


가장 보편적인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장을 자필로 작성할 때 반드시 그 내용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등이 기재해야 하며 날인이 필요하다.(민법 제1066조) 일부가 타이핑되거나 타인이 대신 기재하면 안되고 반드시 전체가 유언자의 자필로 작성돼야 한다.

유언 내용 중 상속 재산은 소재지와 계좌번호 등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재산 일체' 또는 '○○시 땅' 등으로 기재해도 해당 상속재산이 특정된다면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유언자가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유증한다는 취지로 '자그마한 아파트'라고만 기재해도 그것이 유언자 소유의 유일한 부동산이고 하단에 그 주소가 정확히 기재됐기 때문에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69413 참조).


다만 상급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해석이나 반론의 여지 없이 유언 내용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내용 일부가 무효라면 유언장 전체에 기재된 유언 전부를 무효로 본다는 점도 유의하자.(서울고등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나2021150 판결 [유언무효확인청구]참조)

주소는 유언을 작성하는 주소가 아닌 유언자의 생활근거가 된 주소지를 의미하는데 지번과 동·호수까지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생략된 경우 무효로 본다. 작성 시의 연·월·일 또한 정확히 표기해야 해야 한다. 판례는 연·월까지만 기재돼 작성일을 알 수 없는 유언장은 무효로 판단했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9다9768 판결 참조)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마지막으로 유언자의 서명과 날인이 없다면 유언장 전체에 효력이 없다. 날인은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고 지장도 가능하나 유언장 자체에 날인돼 있어야 한다. 유언자의 자필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거나 발견한 사람은 유언자의 사망 후 망인의 최후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외국인 경우 서울가정법원)에 '유언검인'을 신청해 유언의 형식과 그 보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속인들이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는 유언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후 유언확인의 소 등의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만 한다. 생전에 유언하는 취지는 상속에 관한 유언자의 의사를 명확히 해 상속인들의 분쟁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사후에 유언 자체에 관한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도록 유언의 법정요건을 준수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