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 중학교 교사 박모씨(여·32)는 최근 한 학부모 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었다. 교실에서 남학생 2명이 싸우기 시작해 한 학생의 얼굴에 작은 상처가 난 것. 박씨는 두 학생들에게 구두로 주의를 준 뒤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다음날 상처가 난 학생의 부모가 수업 중인 교실로 찾아와 "우리 아이가 다치도록 방치했다"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의 얼굴에 상처를 낸 아이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2.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여·27)는 조만간 진행될 예정인 현장학습이 걱정이다. 이미 결정된 현장학습 장소와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학부모가 많아서다. 또 아이의 사진을 찍어 개인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단체사진 속에서 "왜 우리 아이가 구석에 있냐"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등 트집을 잡으며 연락하는 학부모도 부지기수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자녀 학교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학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학교와 교사를 간섭하는 학부모의 행위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교육 현장의 혼선을 초래해 전체적인 공교육의 수준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간섭은 오늘날 교권 추락 원인 중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교권침해 받는 '교사'… 현실적 대안 없는 '학교'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많은 교사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을 '학부모 간섭'으로 꼽았다. 교사들은 업무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학부모가 최근 들어 더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교사 김모씨(여·34)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연락 때문에 휴대전화를 2대 사용한다. 그는 "퇴근 후에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연락이 온다"며 "분명히 공지한 아이의 숙제를 재차 묻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캐묻기 위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온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건 개인 메신저 등으로 교사의 사생활을 간섭한다는 점이다. 김씨는"카카오톡 메신저의 개인 프로필까지 항의한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해두었더니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아이 정서상 좋지 않다'며 항의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교사 박모씨(여·28)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간섭에 교사임에도 무시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이들은 아이니까, 학교 행정업무는 일이니까 납득이라도 되지만 학부모의 간섭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교사가 아닌 서비스직종에 근무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학부모가 과도하게 업무에 간섭하면 교사들은 자괴감을 느낀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여·32)는 "숙제를 하나 내줘도 이 숙제는 왜 해야 하냐,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해도 이 활동은 불필요해 보인다 등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교육 커리큘럼에 따르는 것이고 교육에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진행하는 활동과 과정"이라며 "사사건건 항의가 들어오는 탓에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교 측이 학부모의 간섭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목동 소재 고등학교의 운영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학부모 손모씨(여·47)는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개인적으로 항의하거나 난동을 부리더라도 사실상 학교 측에서는 막을 방안이 없다"며 "학부모인데 경찰을 부를 수도 없고 일단 학부모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상황을 무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손씨는 "학부모가 학교 행정에 과도하게 간섭하더라도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학부모 "일부 문제로 전체가 피해 받아"

학부모들 또한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민원으로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부모들 또한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민원으로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부모들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교육현장 전체가 침해 받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씨는 "일부 학부모들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학교가 과도하게 일부 학부모의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들어와 기존의 커리큘럼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경우 당초 커리큐럼이 마음에 든 아이들도 함께 혜택을 못 받는다"며 "교사 입장에서도 능률이 저하되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과 교육에 관해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최모씨(남·47)는 "학교생활에서 발생한 사소한 문제를 일부러 일을 키우기 위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학부모가 많다"며 "담임선생님이나 학교 측과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민원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학교와 담임선생님의 재량을 우선시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개별 학생만을 위해 재량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씨는 학부모회 등 학부모 조직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행동하는 것보단 학부모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학부모마다 의견도 다르고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간섭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 측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