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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조선업 호황은 남의 얘기, HJ·대선·케이 등 중형사들은 '울상'
②매출 늘어도 빚도 커지는 중형조선사들… 워크아웃법 일몰로 '초비상'
③자금난에 인력난까지… 지친 중형조선사들 "정부 지원 절실하다"
①조선업 호황은 남의 얘기, HJ·대선·케이 등 중형사들은 '울상'
②매출 늘어도 빚도 커지는 중형조선사들… 워크아웃법 일몰로 '초비상'
③자금난에 인력난까지… 지친 중형조선사들 "정부 지원 절실하다"
수년 만에 찾아온 수주 호황으로 조선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중형조선사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인건비와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장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일감을 확보해도 배를 만들 사람이 없다. 정부 주도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곤 있지만 조선업계는 미봉책이라고 한다.
규모 작지만 해외에서 강한 '중형조선사'
올 들어 11월2일까지 국내 조선업계는 892만968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 중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조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3.14%(830만9376CGT)에 달한다. 나머지 6.86%(61만1592CGT)는 HJ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대선조선 등 중형 조선 4사의 몫이다. 조선사별 주력 품목은 HJ중공업이 중형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등이며 대한조선은 아프라막스급 탱커, 케이조선은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인 MR탱커, 대선조선은 중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이다.중형조선사들은 상선 사업 비중이 크고 대부분 수출에 의존한다. 특수선 사업은 국내 비율이 압도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HJ중공업은 조선부문 매출(2608억원) 가운데 60%(1574억원)가 수출분이었다. 케이조선과 대선조선은 각각 100%(3243억원), 75%(1129억원)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대한조선의 수출 비중은 95%(회사 내부 추정치)에 달한다.
헤비테일 방식으로 '자금 부담' 가중… 재무건전성 연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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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조선사들은 최근 급등한 선박 건조 원가로 부담이 가중됐다. 조선업계는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의 60~8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다. 이 때문에 조선사는 선박 수주 이후 약 1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자체 자금으로 배를 만들어야 한다.
2015년부터 이어진 조선업 불황으로 자금이 부족한 조선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동성 악화로 밀려드는 수주 계약에도 웃을 수 없는 실정이다. 올 6월 말 기준 각 사의 부채비율은 ▲HJ중공업 835% ▲대선조선 567% ▲케이조선 219% 등에 달한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대한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42%로 나타났다. 조선업계 1위인 HD한국조선해양의 같은 시기 부채비율이 157%인 것과 대비된다.
대선조선은 이미 2년 치 일감을 확보했음에도 지난달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겪는 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하는 제도다. 현금 흐름이 막힌 대선조선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정기 기성은 물론 임직원 급여도 일부만 지급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중형조선업계 관계자는 "원가는 지속해서 오르는데 유동현금이 마르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가 불거지고 있고 일부는 도산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선조선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법정관리 등에 나설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원자잿값에 인건비까지… 인플레이션으로 원가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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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악화된 중형조선사들은 선박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20년 하반기 톤당 60만원이던 후판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120만원까지 오른 뒤 현재는 90만원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주 당시에는 넉넉한 이윤이 확보됐지만 선박 건조 과정에서 원가가 상승해 저가수주로 인식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문제는 선박 건조 원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사와 철강사가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의견 대립으로 가격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 1월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5월 kWh당 8원 각각 인상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가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 kWh당 10.6원을 올리기로 하면서 후판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도 조선사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목된다. 조선소가 인력난에 처하면서 현장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추세인데 고임금을 제시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업계는 조선업에 필요한 인력이 최소 10만여명 부족하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대형조선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중형조선사들이 당면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며 "중국 조선업계는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주 증가로 인도 예정 물량은 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위기"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