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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이 술렁였다. 김정일의 장남이자 그 뒤를 이을 유력 후보였던 김정남이 정체불명의 액체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쓰러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마카오로 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찾았던 김정남은 인도네시아 여성과 베트남 여성을 마주쳤다. 두 여성은 김정남에게 액체를 뿌렸고 그 뒤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병원으로 이동하던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두 여성이 김정남에게 사용한 액체는 VX라는 물질이었다. 해당 물질은 단순 독극물이 아닌 강한 확산성을 지닌 화학무기였다. 2017년 11월29일 말레이시아 화학청 소속 독물학자인 K. 샤르밀라 박사는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22일차 공판에서 김정남의 소지품 가운데 VX물질 해독제인 아트로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미 김정남은 자신이 암살당할 것을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VX 중독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그는 죽음에 이르렀다.
뒤바뀐 후계 구도가 김정남에게 미친 영향
김정남의 암살 배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정권을 잡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숙청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김 총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베이징에서 회담할 때 김정남을 김정일 후임으로 추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이후 정권을 잡은 김정은 총비서는 장성택을 반역죄로 2013년 12월 숙청했다. 김정남은 장성택이 숙청당하고 3년 뒤에 암살당했다. 이에 권력을 잡은 김정은 총비서가 혹시 모를 위험을 제거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또 북한 망명 정부의 지도자로 김정남이 거론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이 암살을 진행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정남 암살범은 연예인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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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에게 VX가스를 뿌린 인도네시아 여성과 베트남 여성은 연예인 지망생이었다. 두 사람은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Mr.Y라는 동양인에게 재밌는 영상을 찍으면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정된 장소에서 연습한 뒤 김정남에게 스프레이를 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김정남에게 스프레이를 뿌린 것도 장난인 줄 알았으며 VX물질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강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여러 쟁점이 다뤄졌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검찰 당국은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의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최종적으로 시티 아이샤는 무죄를 받았고 도안 티 흐엉은 상해죄가 적용되는 사법거래로 인해 단순상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도안 티 흐엉은 석방된 후 일본 후지TV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해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자신은 장난 영상인 줄 알았다고 거듭 주장하며 Mr.Y라는 인물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내일 장난 칠 대상과 눈을 마주치지 마라", "오일이 눈에 들어가게 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정남 암살 사건은 간접정법으로 판단된다. 차도살인의 피이용자가 두 연예인 지망생에 불과했기 때문에 처벌은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유력했던 김정남은 자신의 이복동생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해외를 돌아다니며 자신은 권력에 관심이 없음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계속되는 암살 시도에 그는 VX 해독제까지 지니고 다녔다. 그러나 결국 그는 외국의 한 공항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