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건설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성장 동력 마련에 나섰지만 경기 불황이 겹치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비상장 건설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성장 동력 마련에 나섰지만 경기 불황이 겹치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1) IPO 준비만 3년째… 타이밍 재는 'SK에코플랜트'
(2) 2022년 IPO 고배 '현대ENG'… "올해 상장 계획 없다"
(3) 대형건설업체, 돈 더 벌었는데 남는 건 줄었다


대형건설업체들이 그룹사의 투자와 신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기업공개(IPO) 시기를 조율하고 있지만 대외 리스크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 금리 불안이 이어지며 무리한 IPO 추진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흔들 수 있어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지속된 저성장과 고금리 여파로 국내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치며 새로운 돌파구가 더욱 절실해졌다. 대형건설업체들은 지난해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사명을 변경하고 신사업 매출을 늘린 SK에코플랜트 등이 친환경사업 등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사업이 눈앞의 이익을 보장하진 않지만 생존을 위해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대형건설업체들은 투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IPO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 불황에 대형업체도 휘청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16위(2023년 기준)의 중견 건설업체 태영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됐다.

시공능력 10대 건설인 롯데건설도 2022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부터 1조1000억원대 자금을 수혈 받아 기사회생했다.

건설 투자시장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는 0.6%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뒷걸음질 쳤다. 2023년 4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4.2%로 2012년 1분기(-4.3%) 이후 47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기여도는 0.3%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낮아졌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이 같은 건설경기 경색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고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높아진 공사 원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 주택가격전망을 기준(100)보다 낮은 92로 전망했다. 전월 대비 1포인트 떨어져 4개월째 후퇴했다.

아파트만 지어선 생존 못해… 영업이익률 뚝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며 주요 건설업체들은 미래 사업모델에 대비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이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함에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다.

주요 건설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봐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하락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19조3100억원, 1조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3%, 18.2% 뛰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2년 5.99%에서 지난해 5.3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6%, 36.6% 늘어 29조6514억원, 7854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71%에서 2.64%로 떨어졌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률은 5.69%를 기록해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보다 높았지만 전년(7.29%)보다 하락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영향으로 388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은 전년(4.5%)보다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DL이앤씨도 영업이익률이 4.14%에 그쳐 전년(6.63%)보다 줄었고 부동산 호황기던 2021년(12.54%)보다 ⅓로 쪼그라들었다.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업계에 위기감이 가득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업계에 위기감이 가득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체질개선 당위성에도 우려 커져

증권가도 건설업체의 성장 동력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그룹의 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긴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는 이 같은 위기감에 다시 불을 지폈다.

비상장 건설업체들이 신사업을 발판 삼아 IPO에 나서는 배경에는 이처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당위성도 있다. IPO 추진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세 재원 마련 등 복잡한 내막 외에 신사업 투자금의 성격도 짙다. 신사업은 눈앞의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장기 비전을 갖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신사업 확대를 위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만기가 도래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주택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소·재활용·태양광 등 신사업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IPO를 이용해 높은 투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미래 신사업에 사활을 건 비상장 건설업체에 IPO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시장 분위기가 암울하면서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사업 환경, 낮은 사업성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1~2022년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해 착공 중인 현장들이 2024~2025년 준공돼 건설업체들의 현금 유출 우려는 이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재무제표상 흑자를 기록해도 현금 유입 시점의 차이로 인해 재무 불안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