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불러온 부동산 불황에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 자체가 줄며 업계 1위 '직방'도 영업손실에 직면했고 중소 업체들은 인원 감축이 잇따르고 있다./사진=뉴스1
고금리가 불러온 부동산 불황에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 자체가 줄며 업계 1위 '직방'도 영업손실에 직면했고 중소 업체들은 인원 감축이 잇따르고 있다./사진=뉴스1

[S리포트] 업계 1·2위도 구조조정… 살얼음판 걷는 프롭테크

# 2014년 설립된 3차원(3D) 공간데이터기업 '어반베이스'는 경영실적 악화로 올 초 간이회생을 신청했다. 3D모델링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활용해 국내 아파트의 3D 도면을 구축하고 한화·신세계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하고 기업공개(IPO) 계획도 세웠던 회사의 경영난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부동산 상승기에 급성장한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산업이 경기 침체로 동력을 잃고 있다. 호황기에 투자환경을 기반으로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을 잃으면서 투자금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침체에 맥 못 추는 프롭테크

직방은 지난해 매출 1200억원,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883억원) 대비 36%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이 전년(370억원) 대비 2% 늘었다. 2022년 삼성SDS의 홈사물인터넷(IoT) 사업부문을 인수한 후 통합 과정에 발생한 비용과 회계상 인식된 감가상각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이 고점이던 2020년 직방은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달성해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업 확장을 위해 공동주택 관리플랫폼 모빌 인수와 함께 고연봉을 조건으로 한 인재 채용에 나섰다.

2021년 직방은 급여 비용이 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면서 적자 전환이 시작됐다. 2021년 하반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다음 해인 2022년부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2022년 영업손실은 370억원으로 한 해 만에 적자 폭이 4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직방뿐 아니라 '다방'과 '알스퀘어' 등 호황기 가격 상승 흐름을 타고 몸집을 불려온 기업 모두 성장세가 둔화됐다./사진=뉴스1
직방뿐 아니라 '다방'과 '알스퀘어' 등 호황기 가격 상승 흐름을 타고 몸집을 불려온 기업 모두 성장세가 둔화됐다./사진=뉴스1

상업·업무용 부동산정보기업 알스퀘어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1840억원) 대비 20.5% 감소한 1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은 92억원에서 23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오피스 매물 중개과 인테리어를 주요 수익 사업으로 하는 알스퀘어는 부동산 불황기에 거래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업무·상업용 건물 매매 거래금액은 12조7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2% 감소했다. 지난해 총 거래는 최근 10년 만의 가장 적은 118건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물류센터 거래나 매입·매각 등 다양한 분야의 연계사업에 이어 해외 진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알스퀘어는 베트남에 전문가를 파견해 상업용 건물 정보를 수집하면서 관련 사업의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했다. 실질적인 투자 효과는 2~3년 내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운영사 '스테이션3'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스테이션3의 매출은 209억원으로 2022년(230억원) 대비 약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8492만원에서 6억7586만원으로 약 3억원 빠졌다. 다방과 같이 개인 회원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연결하는 프롭테크의 주 수익은 광고비인데 부동산 매매·전세 거래가 줄면서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호황기 집값 상승세에 기대 수익을 내왔던 프롭테크 업계의 사업구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부동산 호황기 집값 상승세에 기대 수익을 내왔던 프롭테크 업계의 사업구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사진=뉴시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307억원으로 2021년(2조6943억원) 2022년(1조2040억원)에 이어 크게 감소했다. 투자 의존도가 높은 프롭테크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집값 상승기'에만 잘 되는 구조 문제

부동산 경기에 직접 영향을 받는 프롭테크 산업의 특성상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롭테크의 사업모델은 '아이바잉'(iBuying·온라인 거래) 방식으로 더 많은 자산과 물량을 확보해 투자금을 끌어들인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침체기에는 통하지 않는다. 수익성이 하락하면 투자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가격과 임대료 하락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관리 역량을 강화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주택경기가 나쁠 때는 호황기에 구축한 사업모델이 손실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석훈 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은 "프롭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저금리와 투자시장 호황기에 최적화된 구조여서 어려움이 크다"며 "전통 후방산업과의 연계 밀도를 높이고 고객 세분화로 프롭테크의 본원 가치를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