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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근처에서 급하게 황색 신호가 들어오는 경우 멈추지 않으면 신호위반이 되는 '딜레마존'에 대한 운전자 인식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중 교차로 진입 직전의 황색 신호등 점등 시 멈추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운전자 다수가 이 구간(딜레마존) 운전 중 황색등이 켜지면 '정지한다'고 답했음에도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2일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딜레마존에서의 운전자 인식과 행동 특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25명 중 69%가 황색등 점등 시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신속히 통과하거나 멈춰야 한다는 의미로, '무조건 정지'(26%) 응답자의 2.5배에 달했다.
'무조건 통과'는 5%에 그쳤다. 평소 딜레마존에서 황색등이 켜지면 '정지한다'(76%)는 응답이 '가속한다'(24%)의 3배에 달해 다수가 가속보다는 정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설문조사는 지난 4월 교차로 황색 신호등에서 무조건 멈추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데에서 출발했다. 황색등에 직진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1심과 2심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정상 속도로 달리다 급정거해도 15m가량 진행한 뒤 교차로 내에 멈추게 되므로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신호위반 취지 판결을 내리며 파기 환송했다. 교차로 진입 후 황색신호로 바뀌면 신속히 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하지만 교차로 진입 직전에 바뀌면 멈추도록 돼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들었다.
많은 운전자가 딜레마존의 위험성을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사고난 경험이 있다'(3%), '사고날 뻔한 적 있다'(35%) 등 운전자 5명 중 2명(38%)이 사고를 당했거나 당할 뻔한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딜레마존을 둘러싼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부정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 5명 중 3명(58%)이 판결에 대해 비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의한다는 비율은 38%에 그쳤다.
딜레마존에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과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각 70%, 67%의 비동의율을 보였다. 반대로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동의율은 67%로 비동의율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황색 신호의 취지에 대한 법규와 현실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며 "황색등은 운전자가 교차로에 이미 진입한 상태라면 신속히 통과하고 진입 전이면 정지선에 멈추라는 신호지만 실제 주행 중에 '상황에 따라' 정지할 것인지 빨리 통과할 것인지를 짧은 시간에 판단하기 어려워 법규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통과할 경우 법규 위반, 멈출 경우 정지선 침범의 우려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며 "교통사고 예방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호장치나 법규 개선보다 운전자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긴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향후 2년 내 신차 구입 예정이 의향이 있는 20대 성인남녀 52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4일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