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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인공지능(AI) 바람이 은행권을 강타했다. 챗봇과 음성뱅킹 등 고도화된 고객 서비스가 등장한 가운데 금융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은행권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맥킨지(McKinsey)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은행업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연간 연간 446조원 규모의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키워드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초개인화 AI은행원이 될 것이란 기대다.
초개인화 AI은행원, 64개 업무 담당… AI에이전시 목표
신한은행의 AI 은행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50여개 영업점 디지털데스크에서 입·출금 서비스와 예·적금 통장 개설 서비스, 잔고 조회뿐만 아니라 체크카드·보안카드·증명서 발급까지 64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신한은행은 AI 기반 3세대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인다. 고객의 생애주기별로 절세전략과 자산배분전략을 제공해 자산관리 서비스 질을 한단계 더 높인다는 목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1세대 로보어드바이저인 '엠폴리오'를 출시하고 공모펀드 모델 포트폴리오 제안 서비스를 선뵀다. 2022년에는 2세대 초개인화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인 '마이포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3세대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는 절세상품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RP(개인퇴직연금계좌)까지 제안하는 등 자산관리 종합솔루션 형태로 구축될 예정이다. 고객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자금의 목적에 맞게 설계해주는 포괄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인 '쏠(SOL)'에서 고객 본인의 생애주기에 맞게 직접 자산관리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이후 에브리웨어(Everywhere) 뱅크를 추진하면서 전사적 디지털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 행장은 "미래 신한의 모습은 은행이 고객 삶에 녹아드는 에브리웨어 뱅크"라면서 "은행은 디지털화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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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AI 뱅커가 아닌 AI 금융비서인 'AI 에이전트'로 목표를 세우고 리브넥스트 앱에서 AI 금융비서 오픈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다. 향후 KB국민은행 대표앱인 'KB스타뱅킹'에서 AI 금융비서를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고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입력된 명령어를 바탕으로 학습된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기술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영상을 단기간에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은행의 개인 맞춤 AI금융비서 '꿀비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다. 이용자는 필요할 때마다 ▲송금 ▲잔액·거래 내역 조회 ▲구비 서류 안내 ▲상품·서비스·금융용어 설명 등을 AI금융비서에게 지시할 수 있다. 가령 '꿀비서'를 부르고 "동생에게 10만원 송금해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꿀비서는 눈 깜빡임과 입 모양, 손동작도 학습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국민은행이 자체 개발한 금융특화 AI언어엔진(KB-STA)도 적용돼 구어체와 대화체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 사람마다 다른 '말투'를 잘 이해하는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AI 기술 적용 외에도 '생성형 AI 기술의 행내 비즈니스 적용'을 목표로 잡았다"라며 "업무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고객에게 더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AI기반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웰스'를 프라이빗뱅킹(PB) 수준의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자산 현황부터 자산 진단, AI 투자, 구독 생활로 연결된 모바일 PB 서비스라는 점을 기존 디지털 자산관리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자산진단은 고객 보유 자산을 8개 자산군(예·적금, 국내주식, 선진주식, 이머징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구조화, 대체)으로 분류하고 AI 자산배분 비중을 도출하는 직접적, 금융공학적 솔루션을 제시한다.
AI투자는 AI 주식과 채권 외에도 예·적금, 구조화, 대체 자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안, 실행 및 관리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류한 고객의 8가지 '투자 DNA'에 따라 자산 배분 및 상품추천 조정을 지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이웰스는 고객의 전체 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투자 DNA를 AI 알고리즘에 적용해 투자 및 진단이 가능하게 했다"며 "10가지 자산관리 구독 서비스로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력도 높였다"고 말했다.
직원용 AI, 하루 30분씩 업무시간 절감… 포용금융 확대
AI 업무비서는 단순한 금융업무를 대신해 은행원의 업무시간을 대폭 절감한다. 신한은행은 기존 업무지원시스템 'A.I 몰리' 개편한 업무비서 플랫폼 'AI ONE' 이행으로 통합 업무 채널을 구축했다.AI ONE은 기존 운영중인 업무지원시스템 'A.I 몰리'를 개편해 만들어졌다. 신한은행은 AI-STUDIO, AI-OCR, R비서 등 다양한 AI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어 '사용 편의성'이 높다. I STUDIO는 특정 상품, 서비스 등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을 예측하거나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직원이 이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돕는다.
R비서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R비서는 RPA 센터에서 중앙집중화된 로봇이 대량의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알파봇(RPA bot)과 특정 직원이 하는 업무 또는 권한이 필요한 업무를 직원 개인의 PC에서 자동으로 수행하는 마이봇(myBot)을 모두 포함한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 '데이터 모델링 셀'과 함께 AI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기반 머신러닝(ML) 모형'을 개발했다. 기술력 기반 ML 모형은 2014년부터 기술신용평가(TCB)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기존 신용평가에서 적용되지 않았던 기술력에 대한 평가기준을 제시한다.
하나은행 중소벤처금융부 관계자는 "기술력 기반 ML모형 개발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금융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I 고도화는 '포용금융'의 확대에도 유용한 수단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와 스페인 BBVA는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신용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를 발굴하는 AI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었다. 국내에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인간 은행원 수준의 상담 능력이 가능한 'AI 뱅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AI 전환'을 주목표로 삼아 증시 차트의 자동 해석이나 음성 검색 등의 AI 서비스를 내놓는 데 편의성이 뛰어난 만큼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장벽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기술 투자를 격려하면서도 이런 취약 계층을 먼저 지원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