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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취임 4년째를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영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뚜렷한 성과를 기록하자 글로벌 협력 움직임도 함께 커지고 있다. 판매량과 경영실적 등 양과 질 모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서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현대차그룹과 협력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면에서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2020년 이전엔 글로벌 5위권을 맴돌았지만 2021년 이후 올해까지 '톱3'를 유지중이다.
완성차업계에서의 커진 존재감은 부품업체들의 '희망'이 됐다. 현대차그룹보다 역사가 깊은, 콧대 높은 유럽의 자동차 부품사일지라도 최대 고객이 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은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상대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관심사다. 자동차 제조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점은 공통된 고민거리였기 때문. 현대차와 기아도 꽤 오랜 기간 1%대 영업이익률을 경험했지만 취임 4주년을 맞는 정의선호의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수직상승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였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21년 6조6789억원이었다. 2022년 9조8249억원, 지난해 15조1269억원으로 늘었다. 기아는 2021년 5조657억원, 2022년 7조2331억원, 지난해 11조6079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기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8조9753억원으로 전망했다.
같은 시기 매출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차·기아 연간 매출은 2021년 187조473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79조6839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과 손잡자… 글로벌 공룡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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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엔 글로벌 완성차업계 지각변동을 알린 파격 발표가 있었다. 현대차가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차 개발은 물론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을 약속한 것.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며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는 물론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가 GM의 인도공장을 인수할 당시 맺은 관계가 발전한 것이다. 양사의 잠재적인 협력 분야는 승용/상용차,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이다. 양사는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도 검토한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자동차와 GM은 글로벌 주요 시장 및 차 세그멘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전문성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여 고객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했다.
앞서 올해 4월 정의선 회장은 갑작스레 일본행 비행기에 탔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초청으로 토요타 본사에 방문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계를 이끄는 오너 3세들의 만남이자 글로벌 1위와 3위 업체 수장의 만남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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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만남은 이달 말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모터스포츠 이벤트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로 발전했다. 양 그룹 회장이 직접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양사가 주력하는 모터스포츠 대회이자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 레이스카들의 쇼런과 함께 주요 고성능 모델들의 주행이 예고됐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수소와 고성능차, UAM 등의 분야에서 양사의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 회장은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관련 분야에 투자를 늘렸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함께 설립한 미국의 자율주행업체 '모셔널'은 앱티브가 발을 빼며 위기를 맞았지만 현대차그룹은 1조2000억원의 자금 투입을 발표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바이두와 자율주행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에서는 포티투닷을 통해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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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자율주행차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선언했다. 모셔널 사업을 위해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를 만들었는데 이를 사업화하기로 한 것. 그 결과 구글의 자율주행 회사 웨이모(Waymo)도 현대차와 손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웨이모에 공급되는 아이오닉 5는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되며 2025년 말부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터트렌드는 2023 올해의 인물로 정의선 회장을 선정하며 "현실적이면서도 친근한 혁신가이자 비저너리"라며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정의선 회장과 그의 비전, 위대한 기업이 되는 현대차그룹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