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의 700여 예비입주자들은 지난달 아파트 공사가 끝난 후에도 이사를 못했다. 사업주체인 지역주택조합은 시공사 서희건설과 추가분담금 문제를 겪고 있다.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입주 대란이 벌어지자 현재는 지자체가 중재해 일반분양 계약자만 우선 입주가 허가됐다. 서희건설이 조합에 요구한 공사비 인상분은 295억원. 조합원당 4000만원에 이른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주택법'에 따라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자 지역민이 사업체를 구성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개발 방식이다. 일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대비 적은 자본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과 시공사의 계약조건 변경 리스크가 커 수많은 분쟁을 야기했다.


서희건설은 국내 시공능력 18위(2024년 기준) 코스닥 상장사로 지역주택조합사업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상품성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공시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수주 총액은 약 4조8520억원, 전체의 82% 이상을 차지한다.

지역주택조합 분쟁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서 1년여 전 서희건설이 시공계약을 체결한 수도권의 한 홍보관을 통해 들여다본 실상은 예상보다 더 한심한 수준이었다. 해당 사업장은 인터넷 정보 등으로 서희건설과 책임준공을 약정했다고 홍보했다. 지역주택조합 예비조합원이 되려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절차였다.

홍보관 직원과 한 시간가량 투자 상담을 진행한 결과 서희건설과 공사비를 확정했고 당일 청약금을 납부하면 단 1가구 남은 조합원분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투자자가 약속한 금액보다 더 많은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고민 후에 다시 문의하겠다는 반응에도 해당 직원은 포기하지 않고 "단순 변심시 100% 환불도 가능하다"는 말로 현혹했다.


이 같은 투자 홍보의 피해 사례는 수년간 사회 문제로 부상하며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특별 조사에 나서는 발단이 됐다.

서희건설의 지역주택조합에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한 A씨는 "2017년 1차 조합원을 모집하고 6~7년이 지난 동안 목돈이 묶여버려 탈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도 포털사이트에 해당 단지명을 검색하면 투자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서희건설 측에 사업 진행 과정을 문의한 결과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공사 가계약을 체결한 건 사실이지만 책임준공 확약이 아닌 데다 공사금액 변경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회신을 보내온 대외협력 임원은 "지역주택조합들이 유명 시공사의 이름을 도용해 투자자를 모집해서 건설업체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일부는 사실일 수 있다. 시공사가 시행사인 조합으로부터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요당하거나 공사비 폭등 사태로 공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업계 전체가 직면한 문제이므로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자금력에 힘이 있는 시공사는 조합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불법 홍보도 방임하는 것으로 서울시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유사 개발사업의 많은 분쟁에서 시공사와 조합 서로 계약 피해자임을 주장하지만 각자 이익을 위해 대립할 뿐 누구도 약자는 아니다. 금전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문제는 기사가 보도된 후에 더 드러났다. 기자 메일과 포털 게시판을 통해 서희건설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수십개의 제보 글이 쇄도했다. 공사 계약조건이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파기된 사례들로 많은 이들이 부당함을 호소했다.

서희건설이 '고집스럽게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모토로 2017년 론칭한 지역주택조합사업 플랫폼 'GO(고)집'을 놓고 한 조합원은 "고집이 아니라 갑질"이라고 비난했다. 지역주택조합 분쟁에 집단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희스타힐스 전국연합연대'에는 325명(10월17일 기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밝힌 분쟁 사업장은 광주탄벌 외에 11곳이 더 있다.

서희건설 측에 당시 사실관계 표명과 입장을 듣기 위한 취재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개별 기업의 부정 이슈나 논란이 발생했을 때 외부의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한 응답이 의무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기업과 언론의 입장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자 공시 의무를 갖는 상장기업의 대외협력 임원이 외부인을 대하는 커뮤니케이션 태도에서 계약 상대자인 조합원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도 분명히 짐작할 수 있었다.

투자자 설명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부동산 투자 피해는 지역주택조합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획부동산과 생활숙박시설,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등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부동산 사기는 제도 개선과 솜방망이 처벌로 절대 바꿀 수 없는 악질 병폐다. 무엇보다 서민·중산층의 일생일대 꿈과 다름없는 '내 집 마련'의 희망고문을 이용해 경제 이득을 얻으려는 기업들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김노향 머니S 건설부동산부장
김노향 머니S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