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프로드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 늘고 있다. 사진은 HMG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오프로드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 늘고 있다. 사진은 HMG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회사들이 잇따라 '오프로드'(Off-road) 주행 체험시설을 늘리고 있다. SUV(승용형 다목적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차별화된 차의 특성과 성능을 알리려는 제조사와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등록된 SUV는 59만6668대다. 같은 기간 31만5687대의 세단보다 거의 두 배가량 많은 데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105만9545의 56.3%에 해당한다.


자동차업계 판매 일선에서는 소비자들이 쓰임새와 디자인을 이유로 SUV를 구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안전' 때문에 구입하는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업체들은 판매량이 보장되는 SUV를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위해 보다 강력한 성능의 차종을 내놓고 있다. 특별한 차종을 통해 상징성을 강조함으로써 대중 모델 판매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제대로 체험하면 반할 수밖에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가장 최근에 오프로드 시설을 오픈한 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다. 궁극의 오프로더로 불리는 'G-클래스'(G바겐)의 신형 출시를 기념하고 메르세데스-벤츠 SUV 모델의 오프로드 성능을 경험하도록 상설 오프로드 코스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열었다.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 트랙 인근 부지에 조성됐으며 자연 지형을 활용한 국내 유일 상설 오프로드 코스라는 게 회사의 설명. SUV코스는 3개의 각기 다른 노면 및 각도의 슬로프에서 오르막 및 내리막 주행, 바위, 모래, 자갈 등 다양한 지형에서의 주행뿐 아니라 나무 범피, 액슬 트위스트, 등 장애물 체험이 가능하다. G-클래스 전용 코스는 실제 숲 속에서 나무 사이를 달리는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더욱 역동적이고 실제 산악 주행에 가까운 체험이 가능하다. 최대 깊이 80cm의 물웅덩이를 통과하는 도강 능력도 경험할 수 있다.

영국 이네오스오토모티브가 '압도적 성능'을 강조하며 내놓은 '그레나디어'의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 '오프로드 파크'는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및 인근에 설치된다. 수입사 차봇모터스와 인제스피디움이 함께 시설을 조성했고, 이달 말 공개된다.


오프로드 파크에는 터널, 경사로, 계단, 사막, 도강(渡江) 코스 등 다양한 모듈을 난이도 별로 조성한 후 내년에는 고난이도 구간을 추가할 계획이다. 국내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인제군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인근 오프로드 드라이브 코스를 연계한 투어 상품도 운영할 계획이다.
경사로를 오르는 기아 스포티지 /사진=현대차그룹
경사로를 오르는 기아 스포티지 /사진=현대차그룹

전문 시설을 통해 이미 운전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타이어와 협력해 태안에 국내 최대 드라이빙센터를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를 운영하는데 특화 프로그램으로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가 있다.

차종은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투싼, 기아 모하비와 스포티지, 제네시스 GV80과 GV70으로 운영되는데 코스 타입별로 선택에 제한이 있다. 이곳에서는 경사로·자갈·모래·범피·수로 등 아시아 최대 규모 오프로드 코스로 이뤄져 있다.
BMW 드라이빙센터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 중이다. 현재 코스는 사면 경사로. /사진=박찬규 기자
BMW 드라이빙센터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 중이다. 현재 코스는 사면 경사로. /사진=박찬규 기자

BMW 그룹 코리아는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오프로드 코스를 설치, 다양한 차종의 체험이 가능하다. 코스를 지날 때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들으며 BMW 차종의 강점을 경험하게 된다.

오프로드에서 태어난 '지프'(JEEP) 브랜드는 미국에서는 7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지프캠프'를 통해 국내에서도 20년째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오프로드 구조물 체험부터 캠프 기간 동안 오직 행사 참가자들에게만 허락된 산악 코스를 주파하는 '지프 와일드 트레일 시즌 3'도 진행된다.
지프 브랜드는 국내에서 20년째 지프캠프를 열고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지프
지프 브랜드는 국내에서 20년째 지프캠프를 열고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지프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차종의 성능을 제대로 느끼려는 이들을 넘어 가족 단위로 체험시설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운영하던 시설이나 행사를 국내에 적용하며 고객 경험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오프로드 시설을 체험하면 그만큼 차와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판매로 이어지게 되는 선순환구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험지에서 조난당할 일도 없어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프로드 코스 체험비용은 프로그램과 차종에 따라 1회 기준 6만~10만원 선이다. 차 1대에 3인이 동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