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스캇 박 두산밥캣 사장이 CES 2022  행사에서 두산밥캣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두산밥캣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스캇 박 두산밥캣 사장이 CES 2022 행사에서 두산밥캣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두산밥캣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추진에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을 겨냥,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며 제동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두산밥캣 지분을 1% 넘게 확보한 다음 지난 20일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재추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약속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밥캣 합병비율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7월 두산그룹은 사업 부문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정리하면서 부문별 시너지 창출 목표를 밝혔다.

이 중 스마트 머신 부문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 비상장사를 만든 뒤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형태인데 투자자들의 반발에 계획을 철회했다.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기록하는 두산밥캣과 적자를 이어가는 두산로보틱스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1대 0.63)이 논란이 됐다.

두산그룹은 당초 계획을 철회하면서도 두산밥캣을 인적분할, 두산로보틱스 산하 자회사로 두는 형태의 개편은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두산로보틱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이사회에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먼저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향후 재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할 것과 함께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기로 한 1조5000억원에 대한 특별배당계획을 즉시 발표하라고 했다.


글로벌 동종기업 수준으로의 주주환원율 정상화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내 발표할 것과 함께 이사회 구성의 의미 있는 개편과 제도적인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조치할 것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해당 사항에 대해 다음 달 15일까지 이사회의 입장을 공개 발표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용이 충분치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경영계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이 같은 행동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소수 지분을 앞세워 두산그룹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까지 좌지우지하려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며 "겉으론 주주가치제고를 주장하지만 단기 차익을 노린 요구가 대부분이어서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8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비율이 잘못됐다며 세미나를 열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포럼의 주요 회원은 자산운용사 대표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미국의 주주행동주의가 한국에선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보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탓에 달라진 행동주의의 대표적 예로 불린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