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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일으킨 민간인 대학살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자 미야자키 하야오(83) 감독이 밝혔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서 대리 수상자로 나선 요다 켄이치 스튜디오 지브리 이사를 통해 이같은 소신을 전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필리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일본인은 전쟁 중이 잔인한 일을 심하게 했고 민간인을 많이 죽였다. 일본인은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역사가 있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막사이사이상을 받는다는 것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이 언급한 민간인 학살은 1945년 2월 태평양 전쟁 당시 벌어졌다. 당시 필리핀을 점령한 일본군은 미국을 포함한 연합국과 마닐라에서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필리핀인 약 10만명을 학살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에도 종종 전범국인 일본의 과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과거사 성찰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라몬 막사이사이상 재단은 미야자키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해 보는 사람에게 성찰과 배려를 촉구한다"며 "환경 보호나 평과, 여성 권리 등의 문제를 예술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와 마주하고 이를 잊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이후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모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여러 작품이 흥행하며 애니메이션계를 넘어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