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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롯데를 꿈꾸는 신동빈 회장의 청사진이 삐걱거리고 있다. 유통 명가를 넘어 AI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다. 배경으론 롯데이노베이트(구 롯데정보통신)의 부진이 꼽힌다.
그룹의 전산실로 불리던 롯데이노베이트는 신 회장의 백년대계를 사실상 이끄는 핵심 계열사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각이 많다. 유통과 화학 등 다른 부문에서 위기감이 가중된 이때 롯데이노베이트의 부진은 여러모로 아쉽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은 2022년부터 4가지 신성장 테마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이동수단·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메타버스) 등을 밝히고 앞으로 5년 동안 37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롯데를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바이오앤웰니스를 이끄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있지만 체질개선의 선봉장은 단연 롯데이노베이트다. 그동안 전신인 롯데정보통신 시절부터 그룹의 시스템 통합구축, 솔루션 개발 및 공급, 정보통신(IT)시스템 통합 운영 관련 사업을 책임졌지만 이제는 메타버스, 모빌리티 분야에서 그룹의 혁신을 책임진 상황이다. 올해 4월 사명을 바꾼 것도 변화와 혁신이란 키워드로 회사의 미래 정체성을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청주 신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EVSIS 신공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핵심시설인데 해당 사업에 거는 신 회장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타버스 역시 롯데이노베이트가 지난달 29일 자회사 칼리버스에 200억원을 투입, 지금까지 총 출자액 640억원을 쏟아부었다.
AI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롯데이노베이트 역할론은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AI를 언급한 이후 올해 신년사에서도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 등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하라"고 말했다. 상반기·하반기 사장단 회의 등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를 강조하기도 했다.
AI 대전환 강조하는 롯데그룹… 롯데이노베이트 기대 부응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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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AI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전사적인 AI 대전환을 추진, 사업 전략을 구축하고 계열사별로 수행 과제를 발굴했다. 이 역시 롯데이노베이트 출신이 주역이었다. ESG경영혁신실은 롯데정보통신 대표 출신 부사장이 이끌었고 AI TF 팀장도 롯데정보통신에서 일한 임원이 자리했다.
롯데쇼핑,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웰푸드, 롯데케미칼 등 상당수 계열사가 신제품 개발이나 물류관리 등의 분야에 생성형 AI를 접목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도 롯데이노베이트 주도로 만들어졌다. 계열사별 사업 특성에 맞춘 '아이멤버 커스텀 챗봇'은 주요 계열사에 속속 도입 중이고 연내 전 계열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룹의 미래를 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롯데이노베이트는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880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줄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48.4% 하락해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3221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밑돌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회사 칼리버스는 3분기에도 영업적자 72억원을 기록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전기차 충전 사업도 최근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전기차충전 자회사 이브이시스는 최근 미국법인 설립 등 글로벌 진출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는 현 상황에선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이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 역시 롯데이노베이트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현재 유통·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까지 나돌았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올해마저 적자규모가 7300억원대로 예상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VSIS는 전방 산업 성장 둔화로 인한 업황 부진이 아쉽고 칼리버스는 지속성 있는 수익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롯데이노베이트는 신 회장의 신성장 전략에서 핵심"이라며 "그룹 전체가 힘이 빠져 있을 때 롯데이노베이트의 활약이 절실하지만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