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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PE) MBK 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2022년 5월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고려아연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MBK가 NDA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4일 머니S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총 6페이지로 구성된 양사 간 NDA에는 계약 위반 시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 구제 등 법적책임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MBK는 고려아연과의 NDA가 종료된 지 석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바로 다음날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M&A(기업인수합병)를 준비하고 논의한 시간은 훨씬 이전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양사 간 경영협력계약과 본 펀드의 파이낸싱, 주관사 선정과 대출 신청 및 승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실무적 논의 만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최초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구체화하기 전 초기 논의 단계까지 고려하면 MBK가 고려아연과의 NDA가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함께 적대적 M&A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MBK와 고려아연의 NDA에 따르면 준수 의무를 지는 대상은 MBK홍콩을 비롯해 전체 계열사에 해당한다. MBK 내 운용 부문이나 법인, 계열사의 성격과 상관없이 MBK의 이름을 쓰는 곳은 모두 NDA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취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 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MBK가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대한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비밀유지계약 7조에 따르면 정보 수취자는 기밀 정보가 한국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포함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주식을 거래하거나, 비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고객, 주요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받아 온 만큼 NDA 효력이 유효한 시점에서 M&A 논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약서 11조에 따르면 MBK가 본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고려아연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MBK 측에 계약 위반에 대한 특정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MBK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MBK는 지난 3일 반박 자료를 내고 "2022년 5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계자가 MBK파트너스 투자 운용 부문 중 한 곳인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측에 투자해달라고 찾아온 사안에 대해 고려아연 측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MBK 투자 운용 부문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 아웃' 부문과 소수지분투자·사모사채 등의 '스페셜 스튜에이션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두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있으며 차이니스월(정보교류차단 장치)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차단돼 있고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는 설명이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투자 부문은 MBK의 '바이 아웃' 부문이라 2022년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MBK는 반박문을 통해 "의혹 제기 이후 내부 준법감시팀의 검토 및 승인 아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개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과 해당 자료는 고려아연 홈페이지와 IR자료에 이미 공개된 자료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MBK의 '바이 아웃' 부문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해당 트로이카 드라이브 설명서를 활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 주장은 MBK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추측과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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