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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 입법 절차가 차질을 빚고 있다.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하던 인공지능(AI) 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은 법안 통과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두 법안은 지난달 2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만 남겨둔 상태였다.
AI 기본법은 AI 산업 지원과 규제 방안을 명시한 국내 최초의 법안이다.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 ▲고영향 AI 정의와 사업자 책임 강화 ▲국내 대리인 지정 ▲정부·민간 위원회 설치 ▲과태료 부과 등 AI 산업 육성과 활용 지원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관련 정부 조직 신설과 예산 집행이 가능해지지만 현재까지 법적 근거가 부족해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여야는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고 현재 과방위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발의된 19건의 법안을 병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28일 AI 기본법이 제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지원금 공시 제도를 폐지하고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내용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되며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포함해 단말기 비용 부담 완화와 사업자의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 일정이 어그러졌다.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탄핵소추안 제출 등 중대 현안이 연이어 터지면서 두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당초 9일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일정도 불투명해졌고 10일 본회의 개최 여부 또한 확실치 않다.
특히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즉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AI위원회'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관계자는 "AI 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이 기존 일정대로 처리되길 희망하지만 현재 국회 상황이 불확실해 입법 절차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6시간 만인 지난 4일 오전 4시30분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국회 일정은 정상화됐으나 두 법안의 연내 제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