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 보조금 등 지원혜택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새 정부가 대대적인 관세정책을 예고한 데다 세계적으로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할 전망이다.
|
트럼프, 보조금 지원 혜택에 부정적… 칩스법 보조금 우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칩스법(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 많은 회사들이 돈을 빌려 여기(미국)에 반도체회사를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줬지만 그들은 어차피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해 527억 달러(약 77조원) 규모의 반도체기금을 편성했고 이 가운데 390억 달러(약 57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5% 세액공제도 추가로 지원한다. 해당 법안에 따라 미국 내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도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지원금이 축소, 폐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한 달을 남긴 시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지원금을 확정해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9일 칩스법에 따라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735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원과 정부 대출 5억 달러(약 7353억원) 등이 포함된 계약을 최종 확정했다. 당초 미국 정부가 8월 발표한 SK하이닉스 보조금 규모보다 높은 금액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0일 칩스법 보조금을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는 최대 47억4500만 달러(약 6조9775억원)다. 지난해 4월 예비거래각서(PMT) 체결 당시 6억 달러(약 9조4118억원)에서 약 17억 달러(2조5000억원) 줄었다.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을 폐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보조금을 근거로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칩스법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면서 걱정을 일부 덜었지만 실제 지급이 어떤 방식으로 집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칩스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온 만큼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도 문제… 삼성·SK 대중국 사업 부담↑
트럼프 행정부 집권으로 미중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선 이후에는 취임 즉시 중국에 10%의 관세를 더 매기고 멕시코와 캐나다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대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의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한국 반도체 수출은 4.7~8.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세계 관세 수준이 높을수록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미국 내 시장에서 한․중 간 경합 관계가 크지 않아 규모 효과(시장규모 효과)를 상쇄할 만큼 점유율 확대(수출국 간 대체효과)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한국이 누리는 반사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이미 높은 상황이어서 한국이 수혜를 입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인사들과 저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대통령 역할 공백을 상쇄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는 4대 기업이 모두 참여해 미국 정·관·재계와 접촉했다. 내부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연이 있는 인사들을 주요 직에 배치해 대응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내외부에서 각종 위협이 공존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