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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글로벌 신규 사업을 확보하기 위한 거점으로 오래전부터 북미 대륙에 공을 들인 상황에 트럼프 리스크를 직면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은 오는 20일(현지 시각)이다.
대우건설은 단순 FI(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실질 개발사로서 미국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다.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착공·준공, 임대·매각까지 전 단계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당분간은 현지 동향을 파악하며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선봉에는 40여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글로벌 사업을 경험해온 해외통 정진행 부회장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장남 정정길 미주개발사업담당 상무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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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주요 도시에서 현지 업체 직접 만나 스킨십
대우건설 정진행 부회장과 정정길 상무 등 실무진들은 지난해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 방문해 현지 유수의 시행사·개발사를 만났다.정 부회장은 지난 40여년 동안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내에서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온 해외통으로 꼽힌다. 정원주 회장과 현대건설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그는 지난해 10월 대우건설에 영입됐다. 국내 사업만을 영위해온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M&A(인수·합병)하며 정 부회장에 해외 시장 진출의 역할을 맡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장남 정 상무도 정 부회장을 도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정 상무는 필리핀 개발사업TFT(태스크포스팀)와 미국 개발사업TFT를 이끌면서 북미 시장의 밑그림도 그렸다.
정 부회장과 정 상무 등 주요 실무진은 시카고 방문 기간 동안 사모펀드 에퀴티 인터내셔널(Equity International)과 대형 개발사 스털링 베이(Sterling Bay와 Farpoint) 자산운용사 아메리투스(Ameritus) 등을 만났다. 뉴욕에선 글로벌 홀딩스(Global Holdings) RXR, 브룩필드(Brookfield) FX 컬래버레이트(Collaborative) 등 부동산 개발·투자기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역임했던 스콧 레크러(Scott Rechler) RXR 그룹 회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RXR의 대표 실적 가운데 하나인 맨해튼 서부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개발과 75 록펠러 플라자 리모델링, 현재 개발 중인 뉴욕 175 파크 애비뉴 프로젝트 등의 성과와 경험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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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좁다… 미래 도약의 해답은 해외"
대우건설은 2022년 중흥그룹에 인수된 후 정 회장 주도로 아프리카, 동남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집중해 왔다. 2023년 말 뉴욕에 투자법인 '대우이앤씨USA인베스트먼트'도 설립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주택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시행사와 공동사업을 협의하고 있다.대우건설은 최근 정 부회장과 정 상무의 미국 출장에서 국내 개발사업과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혜택 지원을 소개하며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의 미국 방문에서 업계 주요 관계자들에게 대우건설의 사업 역량을 알리고 부동산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토대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은 기획부터 준공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세밀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통해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무역 등 모든 사업 전략의 중심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식 외교는 글로벌 산업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트럼프 집권에 따른 영향을 현재로선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해 섣부른 투자와 실행보단 현지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 관점에서 사업 전략을 세워가는 보수적인 접근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