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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의 전화 통화가 계엄과는 무관하며, 간첩 검거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5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신문이 이뤄진 국회 측 증인 중 마지막 순서로 호명된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홍 전 차장이 증인석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던 윤 대통령은 고개를 휙 돌렸다.
홍 전 차장은 별도 가림막 없이 윤 대통령 앞에 섰지만, 증인 신문과 동시에 계엄군의 주요 인사 체포 의혹과 관련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한 게 맞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정확한 단어 사용이 '체포조'가 맞냐"는 물음에도 "네"라고 힘줘 대답했다. 홍 전 차장은 특히 "지금도 의원 체포·감금·조사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 말하는 심경을 전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체포조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그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한 시점에 대한 발언이 일관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제 질문이 어렵냐" "경질 전까지 민주당 의원과 전화한 사실 있냐"며 압박하자, 홍 전 차장은 "내가 피의자로 조사 받는 게 아니지 않냐"고 응수했다.
홍 전 차장에게 제기된 '대북공작금 횡령' 의혹을 거론하며 진술 동기를 공격하는 물음엔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돈을 모아 상납했다는 얘기까지 하는데, 그랬다면 검찰총장까지 하신 대통령이 2년 반 동안 저를 국정원에 두셨겠느냐"고 반문했다.
설전 중간중간 희미한 웃음을 보이던 윤 대통령은 신문이 마무리된 후 발언권을 얻어 직접 공방에 가세했다. 그는 "경질 이유는 대통령이 알 것"이란 홍 전 차장 발언을 의식한 듯 "조 원장이 '정치적 중립' 문제 때문에 해임해야겠다고 하기에 다른 것은 묻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 홍 전 차장에게 직접 전화했던 상황에 대해선 "전화를 받으니까 벌써 딱 반주한 느낌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싹 잡아들여' 발언에 목적어가 없었단 홍 전 차장 주장과 달리 "방첩사가 간첩 수사를 잘하게 도와주라고, 계엄과 관련 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 신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가 황당하다는 취지로 강변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선 일어난 일이 얘기가 되는데 이번 사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